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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개헌, 발의가 아니라 성사가 목표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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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가 어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새로운 권력구조 형태로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의 ‘쪼개기 발표’ 3탄이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축소·분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야당이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해 주장하는 ‘국회의 국무총리 선출권’은 빠졌고, 각종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의 제한 역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형식도 문제여서 야당에선 “헌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대통령 비서들이 나서 개헌안 내용을 설명하고 야당을 압박하는 건 위헌적 행태”라며 “막가파식 제왕적 대통령”이란 비난을 퍼부었다.

중요한 건 개헌의 열쇠를 국회가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당들이 개헌안 내용과 형식 모두를 거세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26일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고집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현실을 알면서 청와대가 일방독주하면 개헌은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정부 개헌안이 부결되면 아마도 정권 임기 내 개헌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개헌안은 발의가 아니라 성사가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러자면 국회가 발의하는 게 정도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개편이 목적이다.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을 정쟁거리나 정치 이벤트로 전락시키는 건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어차피 정부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분산 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뜩이나 나라 안팎의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개헌안 발표로 여야 공방이 격화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와 여야는 진지하게 개헌 협상에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개헌안 내용에 이견이 크다면 우선 개헌 일정에 대한 합의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