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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탈 없을 사람 골라 '검은 돈' 챙기고 확실히 보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받았다는 뇌물 액수는 검찰이 19일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시된 것만 110억원이 넘는다. 이 방대한 ‘검은 돈’이 어떻게 드러나지 않게 오갈 수 있었을까.

대권주자 부상 후 '검은 돈' 몰려 #'문제 일으키지 않을 사람' 선별 #檢, "청탁 대가 대개 이뤄졌다" #MB측, "자금수수 관여하지 않아"

그 배경엔 측근들로 이루어진 안정적 ‘뇌물 수수 시스템’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뇌물 제공자들이 돈을 건네고 나면, 그들이 요구한 것들은 대개 이루어졌다.

MB가 지시하면 측근들이 뇌물제공자 물색ㆍ수금ㆍ관리 분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검은 돈’의 유혹을 받기 시작한 건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경선에서 경쟁자 박근혜 후보를 앞질렀고, 다른 당 후보들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져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각종 인사ㆍ사업 민원을 가지고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치밀하고 꼼꼼하게 뇌물 받을 사람을 골랐다고 한다. 10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은 제외했고, 중소기업ㆍ개인 중에서도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사람’만 점찍었다. 이 전 대통령의 지휘하에 친형 이상득씨가 적당한 뇌물제공자를 물색하면, 핵심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ㆍ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불법 자금 제공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수금을, 재산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를 넘겨받아 관리했다.

돈 받으면 확실히 챙겨줘…‘MB식 비즈니스’

이명박 대통령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

이명박 대통령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07년 무렵 금융계 고위직이나 정계 진출을 꿈꾸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약 4년 동안 이 전 대통령에 전달한 돈이 22억 6000만원에 달한다. 중간에 이 전 대통령은 “기다려라” “복안이 있다”는 등의 말로 이팔성 전 회장을 애태우기도 했지만, 결국 이 전 회장은 2008과 2011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을 연달아 역임하는데 성공했다.

토목공사업체 대보그룹은 관급 수주를 바라고 2007년 이 전 대통령 측에 5억원을 건넸고,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2011년 국무회의에서 대보그룹 소유 골프장을 홍보해주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바닥 시공업체인 ABC상사 역시 사업 지원을 바라고 이 전 대통령 측에 2007년 2억원을 건넸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ABC상사에 대한 사업 지원과 함께 ABC상사가 캄보디아에서 아파트 사업을 벌이자 2008년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직접 해당 사업을 언급하며 지원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불교대학 설립 청탁 대가로 3억원을 건넨 능인선원 주지 지광 스님에게는 대선에서 당선된 뒤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맙다, 열심히 하겠다“는 감사 인사도 건넸다고 한다.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7-2008년 두 번에 걸쳐 4억원을 건넨 뒤 2008년 열린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상위 번호인 7번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능인선원 주지 지광스님(오른쪽). [사진 공동취재단,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능인선원 주지 지광스님(오른쪽). [사진 공동취재단, 중앙포토]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검찰에 ”이건희 회장을 사면해주거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금산분리 법개정 추진 등을 바라고 2007-2011년 다스 소송 비용 약 68억원을 대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실제로 2009년 이건희 회장은 이 전 대통령에 의해 단독으로 사면됐고, ‘금산 분리 완화’ 법안 역시 2008년부터 추진돼 2009년에 개정이 이뤄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돈 대부분을 자녀 생활비나 전세자금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대통령의 직무 권한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부정 축재”라고 영장에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대부분의 불법 자금 수수에 대해 “모른다, 관여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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