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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구 우승팀 ‘리시브 퀸’ 두 손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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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레프트 공격수 문정원(26·사진)은 ‘부활의 아이콘’이다. 그는 시속 90㎞에 육박하는 강서브로 코트를 호령했던 ‘서브 여신’이었다. 2014~15시즌에 27경기 연속 서브 득점을 올리며 이 부문 신기록도 세웠다.

문정원, 공격형서 수비형으로 변신 #통합 우승 도전 도로공사의 ‘핵’

도로공사 문정원. [사진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 문정원. [사진 한국배구연맹]

문정원은 이듬해 새 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하던 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 치료와 재활을 위해 2015~16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수직 방향 점프가 많은 배구에서 무릎은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몸 부위다. 그가 온전한 몸 상태로 복귀할 거라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정원은 다음 시즌인 지난 시즌(2016~17) 코트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 전처럼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다. 소속팀 도로공사도 6개 팀 중 꼴찌에 처졌다. 분위기가 암울했다. 무릎은 여전히 아팠고, 그의 배구 인생은 어두워보였다.

도로공사 문정원. [사진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 문정원. [사진 한국배구연맹]

그런 상황에서 문정원은 포기 대신 우회를 택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격수 대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수비형 레프트로 변신했다. ‘서브 넣기의 달인’이 ‘서브 받기의 달인’이 됐다. 공격수로는 다소 작은 키(1m 74㎝)인데, 공격을 주로 할 때는 타점이 낮아 약점이었다. 하지만 수비에 집중하자 오히려 순발력이 좋은 게 장점이 됐다. 때마침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레프트 공격수 박정아 몫까지 리시브를 맡아줄 선수가 필요했다. 김종민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그 역할을 문정원에게 맡겼다.

문정원은 이번 시즌 세트당 리시브 성공 5개로 이 부문 전체 1위다. 2위 이재영(흥국생명·3.81개)과 1.19개 차다. 반면 서브는 세트당 0.32개로 5위다. 문정원은 지난 여름, 무릎을 굽힌 채 서브 받는 연습을 수만 번쯤 해 단련시켰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문정원의 변신이 만족스럽다. 김 감독은 “(문)정원이가 힘들 것 같아 걱정했다. 그런데 스스로 극복하고 버텨줬다”고 칭찬했다.

문정원. [연합뉴스]

문정원. [연합뉴스]

문정원 덕분에 ‘쌍포’ 이바나 네소비치(세르비아)와 박정아의 공격이 폭발했다. 팀은 21승 9패(승점 62점)로 정규리그에서 우승, 챔피언결정전(23일 시작)에 직행했다. 도로공사는 2위 IBK기업은행과 3위 현대건설의 플레이오프(3전 2승제) 승자와 우승 트로피를 다툰다.

도로공사의 챔피언전 키플레이어는 역시 문정원이다. 그가 서브를 잘 받아줘야 매끄러운 공격으로 이어진다. 문정원은 “우리 팀 강점은 조직력이다. 나뿐 아니라 선수 모두 수비가 좋다”며 “3년 전 놓친 챔피언 우승 트로피를 꼭 들어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도로공사는 2014~15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챔피언전에서 IBK기업은행에 져 준우승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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