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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개발 할 수 있다"는 사우디 빈살만, 트럼프 만나 '원전 담판'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을 만났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그는 차기 왕위 계승이 확정된 후 처음으로 19일(현지시각) 미국 방문에 나서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을 만났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그는 차기 왕위 계승이 확정된 후 처음으로 19일(현지시각) 미국 방문에 나서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32세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이 지난해 6월 차기 왕위 계승 확정 후 처음으로 19일(현지시간) 방미 일정에 나섰다. 이번 방문은 그가 실권을 잡은 뒤 첫 해외 순방 일정중 하나로 앞서 이집트(4~5일)와 영국(7~9일)을 먼저 들렀다. 왕세자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담한다.

왕세자 책봉 후 첫 방미, 20일 백악관서 회담 #200억 달러 규모 사우디 원자로 건설 등 의제로 #사우디 '핵무장' 가능성 놓고 미국 내 논란 커져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회담에서 이란 사태, 예멘 내전, 걸프국의 카타르 단교 사태 등을 두루 협의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트럼프가 지난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택했을 정도로 미국과 전통의 우방 관계다. 빈 살만은 지난해 3월 국방장관 겸 부왕세자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적 있다. 당시 친분을 맺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번 방문에서도 빈 살만을 각별히 챙길 거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표단 일원으로 함께 간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왕실의 환대를 받고 있다. [리야드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표단 일원으로 함께 간 트럼프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왕실의 환대를 받고 있다. [리야드 AP=연합뉴스]

빈 살만의 이번 방문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사우디의 원자로 개발 계획과 관련한 ‘담판’ 가능성 때문이다. 지난 18일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경제 개혁인 '비전 2030' 일환으로 향후 20년간 원자력발전소 16기를 건설한다. 이 첫 사업으로 올 연내 1400MW급 원자로 2기 건설에 들어가는데 200억 달러(약 21조4000억원) 규모 계약을 놓고 한국을 포함해 미국·중국·프랑스·러시아 등이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는 오는 4월 중 2~3곳의 예비 사업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기업이 사우디의 원자로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공세를 펼쳐 왔다. 때문에 이번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계약 대가로 '핵 비확산' 규정 완화 요구 

문제는 사우디가 그 대가로 '미 원자력법 123조'의 완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가 군사적 용도로 핵을 활용할 수 없도록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해당국이 이를 원할 땐 미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 조항의 완화를 미국 측에 요구했으며 양국 고위급 사이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통신은 미국 기업이 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에 로비를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관련 보도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왼쪽),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나란히 앉아 있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왼쪽),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나란히 앉아 있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AP=연합뉴스]

사우디는 공식적으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란 핵문제 관련해서 '라이벌 정서'를 숨기지 않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국에서 녹화됐다가 지난 18일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핵폭탄 보유를 원치 않지만 이란이 핵폭탄을 개발한다면 우리도 최대한 신속히 같은 패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사우디 정부 관계자도 AFP통신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도 우라늄 농축 권한을 줬는데 이보다 나쁜 조건을 우리가 수용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내에서 사우디 원자로 협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우디의 핵개발은 전력 생산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의심해 왔고, 사우디 왕세자는 이를 확인했다"며 "미국은 사우디와 123조에 대해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죽음 외엔 내 통치 막을 수 없어" 

한편 빈 살만 왕세자는 CBS 인터뷰에서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 개혁을 중단없이 해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사우디는 최근 보수·극단적인 이슬람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여성의 자동차 운전 허용, 스포츠 관람 허용 등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왕세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남녀간 동등한 임금 보장 규정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왕족 숙청'을 마무리하면서 권력 장악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같은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차기 왕권 계승과 관련해 “(사우디에서) 당신의 통치를 중단시킬 무언가가 있을까”라고 묻자 그는 “죽음 뿐일 것”이라고 여유롭게 답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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