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이용된 '좋아요'···페이스북 시총 39조원 날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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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로그인 화면. [AP]

페이스북 로그인 화면. [AP]

페이스북이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측과 연계된 데이터 회사에 유권자 개인 자료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하루 만에 364억 달러(약 39조208억원)의 시가총액을 날렸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에게 소정의 대가를 주고 ‘디스이스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라는 ‘성격 검사 앱’을 다운받도록 유도했다. 표면적으로는 성격 검사 앱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교묘하게 설계된 개인 성향 분석 알고리즘 프로그램이었다.

이 앱을 다운로드 받을 경우 자신의 위치정보, 페이스북 친구,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 등의 자료를 개발자에게 제공하도록 설정됐다. 이를 통해 그들의 소비 성향에서부터 관심 있는 사회 이슈, 정치‧종교적 신념 등을 파악했다.

이 앱을 개발한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은 이렇게 획득한 정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라는 데이터 회사에 건넸다. 코건이 제공한 개인 정보는 앱 다운로드를 받은 27만명에 이들과 친구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5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개인 정보 유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5000만여 명에 대한 성향 분석을 토대로 CA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약점을 캐는 기사나 광고를 누구에게 보낼지, 특정 유권자가 어떤 선동 문구에 반응할지, 트럼프가 어느 지역에서 유세해야 효과가 클지 등의 맞춤형 전략을 마련했다.

전직 CA 직원인 크리스토퍼 와일리(28)는 페이스북에 먼저 “CA가 수천만 명의 정보를 도용하고 있다”고 알렸으나 묵살당했다고 폭로했다.

CNN은 “비록 제삼자가 개발한 앱으로 인한 자료 유출이라고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용자들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19일 페이스북은 뉴욕증시에서 전일 6.8% 떨어진 172.5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4년 3월 26일 6.9% 하락 이후 4년 내 최대의 하락 폭이다. 금액 기준으로도 하루 12.53달러 하락은 2012년 5월 상장 이후 최대 폭이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페이스북의 시총은 5013억 달러(약 537조원)로 떨어졌다. 지난 18일 기준 5377억 달러와 비교하면 하루에 364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마크 저커버그의 지분 가치 역시 60억 6000만 달러(약 6조 4963억원)가 감소해 685억 달러(약 73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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