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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더블스타 먹튀는 불가능 … 기술 수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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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첫 술에 배는 부르지 않았다. 19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측이 처음으로 만났다. 결론은 못 내렸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놓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반대 입장 고수

이 회장은 이날 오후 1시 광주공장에서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 3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오후 1~2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서 예정시간보다 30분을 더 넘기고서야 면담이 끝났다.

이날 면담에서 양측이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없었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다르다. 외부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의 계속기업가치는 4600억원, 청산가치는 1조원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신규 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끌고 갈 이유가 없다. 회사를 정상화하는 방법은 해외매각뿐이다. 특히, 중국공장 문제를 풀 수 있는 중국 업체가 최선이다.

반면, 노조는 ‘먹튀’를 우려한다. ‘쌍용차 트라우마’다. 쌍용차는 1999년 대우그룹의 몰락과 동시에 워크아웃에 들어가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회사를 정상화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상하이차는 쌍용차가 가진 기술만 탐냈다. 200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쌍용차에서 발을 뺐다.

면담 직후 노조 측은 “해외 매각 반대 입장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기에 예정된 파업 투쟁을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채권단이 관리를 잘못해 현재 해외매각이 진행되고 있기에 그들의 책임이 크다”며 “이 회장에게 ‘노조가 또다시 양보하고 희생하고 해외매각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생각이 전혀 다르다. 이동걸 회장은 면담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먹튀 논쟁’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먹튀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호타이어 승용차 타이어의 기술 수준이 더블스타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라며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더라도 그 기술을 가지고 다른 데서 생산할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포기하면서까지 국내 시설을 뜯어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설령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자산의 매각이나 이전은 소수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채권단이 정한 운명의 시한은 오는 30일이다. 채권단은 이날까지 노조가 해외 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보낸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 들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좀비 기업이라도 끌고 갈 것이라는 기대는 성동조선 법정관리행을 계기로 깨졌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지킬 가치가 있는 일자리만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과거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거스르는 법정관리행과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다.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열흘 남았다.

고란 기자,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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