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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열흘 만에 오늘 재소환 … 검찰, 업무관계 악용 집중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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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19일 오전 10시 소환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정희)는 안 전 지사 측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안 전 지사 측도 가능한 이날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는 지난 9일 검찰에 ‘기습 출석’한 지 약 열흘 만에 다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안 전지사 측 “자연스러운 관계” #경찰, 주말 이틀 이윤택 불러 조사

안 전 지사는 충남도에서 자신의 정무비서를 맡았던 김지은(33)씨와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 등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김씨가, 14일에는 A씨가 각각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적시된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등이다. 안 전 지사의 높은 지위 때문에 성폭력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게 핵심이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자연스러운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조사는 안 전 지사가 업무 관계를 악용했는지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주 충남도청 직원 등 안 전 지사와 김씨의 평소 관계를 증언해줄 수 있는 주변인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합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무상 위력으로 강제폭행·추행이 있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성폭행과 다르다. 근무 환경 등 제반 상황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안 전 지사 측은 출석 준비에 분주했다. 그가 머물고 있는 경기도 모처에는 변호인들이 여러 차례 드나들며 검찰 조사에 대비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8일 성폭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8일 성폭행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66)씨도 17·18일 이틀 연속 서울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의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18일 “사실대로 진술하고 있다”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이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단원들을 성폭행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씨의 성폭력 의혹은 미투 운동을 통해 처음 폭로됐다. 수십년 간 여성 연극인들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씨 등 16명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이씨를 출국금지하고 11일 이씨의 주거지와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한편 미투 폭로로 성추행 의혹을 받던 한국외대 교수 B씨가 지난 17일 서울 금호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4일 한국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B교수가 “남자친구랑 옷 벗고 침대에 누워본 적 있냐”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온 지 사흘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종이 유언장은 없지만 자신의 휴대전화에 ‘여보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교수들 ‘미투’ 공개 지지 선언=이런 가운데 18일 서울대 등 전국 44개 대학의 여성 교수 1000여 명은 미투 운동에 대해 공개 지지 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미투(Me Too)는 우리 사회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한국 사회에 묻혀 있었던 성폭력·성희롱·성차별 문제가 미투 운동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을 개혁하는 운동으로 진화해 간다면 한국 사회의 성장을 위한 값진 기회”라고 주장했다.

선언에 동참한 전화숙 서울대 여교수회장은 “국내 대학의 평교수 조직이 수평 연대해 특정 사회 운동에 대한 지지 선언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은 실질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단 며칠 만에 44개 학교가 동참했다는 건 미투 운동에 대해 이미 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한대·홍지유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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