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서 뿌리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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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증산교가 대학가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 증산도우회란 이름아래 학생서클이 있는 대학은 서울지역 20개, 지방 45개등 65개에 이르고 있고 서클가입학생도 5천여명에 달한다.
대학생들이 증산교에 관심을 갖는 것은『증산교교리가 민족종교로서 민족 주체성의 확립과 민족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믿기때문』이라는 것이 종교연구가들의 분석이다.
증산교는 지난 81년 한양대에 증산사상연구회가 발족되고 서울대에 증산도가가 서클로 만들어지면서 대학가에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83년 30개, 85년 50개대학에 서클이 생기고 88년 현재는 가등록을 포함해 70개 이상(등록서클은 65개)의 서클이 생겨났다.
대학생들은 전국조직으로「증산도전국대학교 서클연합회」를 만들어「한국사상대토론회」와 한민족-그 개벽의 정신을 주제로한 대학연합토론등을 벌이고 서적전시회도 열고 있다.
대학별로 해마다 갖는「천제」는 증산교서클의 활동이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행사로 꼽힌다. 하늘에 제사지내는 우리민족고유의 제천의식을 재현하는 천제때는 탈춤·민속반이 함께 나와 정중한 의식과 흥겨운 놀이를 함께 펼친다.
서울대증산도가의 회원인 지찬호군(20·산업공학과3년)은『서구의 경제사관에 입각한 민족개념과는 다른 민족의식이 우리에게는 있다』고 말하고『증산교는 우리민족정신의 계승과 민족정신의 새로운 개화속에 모두가 뭉쳐 민족적 소속감을 갖게하는 믿음을 지니고있다』고 강조했다.
지군은『해원·개벽·상생의 증산교리는 정치·경제·군사·문화등의 현실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민호군(20·한양대정외과3년)은『상극과 투쟁으로 파악되는 역사·세계·우주가 증산교에서는 상생의 관계로 바뀐다』면서『우리의 통일문제도 이같은 해원상생의 넓은 인식에서 이루어질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지군은『증산교를 믿는 학생들도 학생운동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고『우리는 다만 문제해결의 방식에서 증산의 우주론적 인식에 기초한 방향을 찾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증산교 교리의 도수에 따른 한민족의 영광된 미래에 대한 믿음도 대학에서 증산교가 퍼져나가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후천개벽을 당하여 세계를 구원하는 민족으로 한민족이 사명받았다는 것이 그러한 믿음이다. 우리민족의 정신속에 있는 위대함에 대한 인식은 젊은 대학생들을 자랑스럽게 한다.
민족사, 특히 고대사의 정립을 통한 민족주체성을 확인하고 서구의 현상론·이원론적 사고를 극복한 통합적 인식을 가능케 하며 민족과 전체인류차원의 비전을 제시하는등 증산교교리는 대학생들에게「민족자존」을 일깨워준다는 것이 학생들의 말이다.
증산교의 민족주의적 성격과 대학에서의 확산에 대해서 외국언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 이스턴 이커노믹 리뷰』지는 최근의 기사에서『한국대학생증산교도의 천제의식과 다른 대학생들의 거리에서의 데모는 양키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같은 생각이 다르게 드러난 형태』라고 지적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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