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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층 ‘빈곤 탈출’ 확률 겨우 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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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빈곤층이 빈곤에서 벗어날 확률이 6%에 불과한 데다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빈곤층의 계층 유지 확률은 갈수록 높아져 빈곤의 고착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일자리·교육 기회 늘려야”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학술잡지인 『재정학연구』에 발표한 ‘소득계층이동 및 빈곤에 대한 동태적 관찰’ 논문에서 밝힌 결과다. 논문은 소득 수준을 10개 분위로 나눌 때 최하위 분위인 1분위부터 3분위까지를 빈곤 상태로 정의한 뒤 2007~2015년까지의 변화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기간 중 한 해가 지났을 때 이들이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확률은 평균 6.8%에 불과했다. 특히 2014년 대비 2015년의 1~3분위의 빈곤 탈출 확률은 5.9%로 평균치보다 더 낮았다. 2007년 대비 2008년의 1~3분위 빈곤 탈출확률이 7.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수록 ‘가난 탈출’의 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대로 이들이 빈곤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졌다. 1~3분위의 2007년 대비 2008년 빈곤 유지 확률은 84.1%였지만, 2014년 대비 2015년 빈곤 유지 확률은 87.7%로 더 높아졌다. 조사 기간 평균치는 86.1%였다. 시간이 갈수록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더 작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빈곤층의 소득 수준이 더 나아지기보다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다른 지표에서도 감지됐다. 논문에 따르면 2분위는 한 해가 지났을 때 3분위로 소득계층이 높아질 확률이 19.3%인데 반해 1분위로 하향 이동할 확률은 22.7%로 더 높았다. 3분위도 4분위 상향 확률(19%)보다 2분위 하락 확률(19.1%)이 약간 더 높았다. 반면 중위 소득층인 4~8분위 가구는 상향 이동 확률이 하향 이동 확률보다 더 높았다.

윤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소득계층 상향 이동 확률이 낮아지면서 사회의 활력이 감소할 뿐 아니라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빈곤가구의 자녀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 빈곤의 고착화가 세대를 통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빈곤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일자리인 만큼 정부는 저소득층에 충분한 일자리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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