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쇼핑몰 이용 피해 '국경 없는 구제'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회사원 김모(41)씨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국내에서 개봉되지 않은 독립영화 DVD를 샀다가 낭패를 당했다. DVD 타이틀은 복제 방지 등을 위해 국가별로 지역코드가 다르다.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타이틀을 한국으로 가져오면 재생이 안 된다. 그런데 독립영화 DVD 타이틀은 전 세계 공용코드라고 해서 구입했지만 실제 배달된 것은 미국에서만 재생되는 제품이었다. 김씨는 "온라인 쇼핑몰에 반품을 요청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물건을 구입했다 피해를 보면 현재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피해에 대해서도 구제를 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27일 제주에서 열린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ICPEN) 총회에서 다른 나라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물건을 구입했다 피해를 보았을 때 보상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른바 '국경을 넘는 소비자 분쟁 해결(CCDR)'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렇게 운영된다. 우선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 주도로 전 세계 공통의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각국의 소비자에게서 피해사례를 접수한다.

이어 사이트 관리자는 접수된 피해사례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나라의 분쟁조정 기관에 보낸다. 분쟁조정 기관은 자국의 사업자에게 조정안을 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국제협력팀 박경희 팀장은 "이 프로그램이 작동되면 국가 간의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져 국제거래 때 발생하는 개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통상위원회는 2001년부터 인터넷 사이트(www.econsumer.gov)를 열어 각국 소비자에게서 국제거래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있지만 사안이 심각하거나 피해자가 많을 때만 구제에 나선다. 문제는 회원국들이 이런 계획에 동의를 해줄지 여부다.

특히 이 프로그램이 실행돼도 해당 사업자가 분쟁조정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소보원 관계자는 "국제 전자상거래가 증가하면서 회원국들이 국제분쟁에 대한 조정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에 충분히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보원은 이날 총회에서 "한국 소보원에 전담 인력을 두고 각국 소비자들에게서 받은 피해 사례를 회원국별로 넘겨주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종윤.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