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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남성에 대한 성폭력도 챙긴다

중앙일보

입력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열림 한국YWCA연합회원들의 미투 운동. [중앙포토]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열림 한국YWCA연합회원들의 미투 운동. [중앙포토]

국방부가 군에서 벌어진 모든 종류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기로 했다. 군의 성폭력 정책을 관리ㆍ감독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국방부 안에 만들 방침이다. 이 기구는 여성은 물론 남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에 대해서도 엄격히 처리할 계획이다.

이는 국방부가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12일 발표한 성폭력 대책의 내용이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 일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군내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가 설립하려는 독립 기구는 성폭력 예방 교육, 성폭력 피해자 치유, 성폭력 예방 대책 등 성폭력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이 기구에서 군내 다수인 병사 등 남성에 대한 남성 또는 여성의 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별도의 상담창구를 마련키로 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남성 병사가 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남성 병사가 성폭력의 피해자인 사건이 여성 간부ㆍ군무원이 피해자인 사건보다 훨씬 더 많다”며 “유형으로 보면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간부가 남성을 성희롱 또는 성추행하는 사건도 느는 추세다.

여성 영관급 장교는 A씨가 남성 부하 간부인 B씨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최근 군 내부에서 돌았다. 그러나 피해자인 B씨는 이 피해사실에 대해 군 수사당국은 물론 외부로 알려지길 꺼리는 상태다. 자신이 나서 상관인 A씨가 사법처리나 징계를 받을 경우 불이익이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A씨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최근 10년간 장군이 연루된 성폭력 사건 처리 결과를 재조사할 계획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장성급 장교와 관련한 최근 10년간 성폭력 사건은 20건이 안 된다”며 “대상자가 대부분 전역을 했고, 일부는 처벌도 받았기 때문에 재수사는 쉽지 않다. 성폭력 예방대책을 만들 때 참고할 내용을 조사하는 차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미군을 모델로 ‘사건공개 유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을 신고하면 바로 사건 수사에 들어가지 않고 피해자는 상담과 심리적 치유를 먼저 받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폐쇄적이고 위계적 사회이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면 피해자가 금방 특정된다”며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고 설명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군도 역시 성폭력 사건이 강한 군대 육성을 저해하는 위험한 요소로 인지하고 있다”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대단히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관계부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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