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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현 첫 메달 장면, 방송사 한 곳도 중계 안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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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요일 아침인 11일 오전 11시 5분.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의 첫 메달이 나왔다.

평창패럴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을 따낸 신의현(앞)이 배동현 선수단장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평창패럴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을 따낸 신의현(앞)이 배동현 선수단장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창성건설)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대회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42분28초9를 기록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신의현의 동메달 획득 순간은 TV로 볼 수 없었다. 패럴림픽 주관 방송사인 공영방송 KBS는 물론이고 지상파 SBS·MBC에서도 중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각 각 방송사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열린 알파인스키 시각 수퍼대회전에 출전한 양재림은 “오늘 경기가 TV에 중계되지 않았는데, 속상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지상파 모두 생중계 25시간 안 돼 #일본 NHK 62시간, 중국도 40시간 #‘중계 늘려달라’ 청와대 청원 잇따라

평창패럴림픽은 9일 개회식이 KBS와 SBS·MBC 등 지상파 3사를 통해 생중계된 뒤 TV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10일 신의현이 출전한 바이애슬론(SBS)과 아이스하키 한·일전(KBS)이 전부였다. 휴일인 11일에는 생중계된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대신 주중에 방송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전파를 탔다.

평창패럴림픽 중계를 해달라는 국민 청원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평창패럴림픽 중계를 해달라는 국민 청원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최근 보름 사이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패럴림픽 중계를 해달라’는 청원 글이 20여개 넘게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평창올림픽은 지상파 방송 3사가 모두 중계했는데 패럴림픽은 TV에서 볼 수 없다. 그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11일 현재 수 백 명이 청원에 참여한 상태다.

평창패럴림픽이 열리는 열흘 동안 생중계 편성은 SBS가 약 22시간, KBS가 약 15시간, MBC가 약 10시간 정도다. 메달이 유력한 일부 경기만 생중계되고, 대다수 경기는 한낮이나 자정을 넘긴 심야에 녹화 또는 하이라이트로만 볼 수 있다. 그나마 주관방송사인 KBS는 개막 후 전체 중계 25시간을 34시간으로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회사원 정영진(31)씨는 “올림픽을 재미있게 봐서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런데 TV를 켜도 패럴림픽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평창패럴림픽 경기 및 관련 콘텐트 중계를 위해 총 62시간을 편성했다. 2014년 소치패럴림픽 때의 약 32시간의 배에 가깝다. 프랑스 FT는 100시간동안 중계를 한다. 미국 NBC는 94시간, 중국 CCTV는 40시간을 편성했다. NHK는 “평창패럴림픽을 거의 매일 생중계한다. 겨울패럴림픽 중계 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10일 열린 아이스하키 한·일전에도 일본 미디어의 관심이 뜨거웠다. 일본 간파라 프레스의 가와바라 요시에 기자는 “2020년 도쿄 여름패럴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많은 일본 기자들이 취재를 왔다”고 전했다.

 11일 오전 강원도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시각장애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양재림(왼쪽)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가 경주를 마친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강원도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시각장애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양재림(왼쪽)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가 경주를 마친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지상파 3사가 중계한 패럴림픽 개회식 시청률이 18.3%가 나왔다. 올림픽(44.6%)에 비하면 낮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숫자다. 모바일과 온라인에서도 패럴림픽 시청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패럴림픽은 경기 내용이나 결과보다 ‘스토리’에 의미가 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중계를 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평창패럴림픽 개최국으로서 중계를 더 많이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패럴림픽 중계는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준다. 평창패럴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 중 상당수는 TV중계를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 특수체육을 전공한 전혜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은 “장애인 체육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패럴림픽 중계 만으로도 장애인의 사회화와 재활에 큰 도움이 된다. 패럴림픽 경기를 시청하면서 장애인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평창·강릉=김효경,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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