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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공유’가 가능한 집을 꿈꾸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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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24면

주방용품 브랜드 코렐과 김종완 공간 디자이너가 협업한 공간. 다양한 그릇들이 놓인 테이블은 마치 여럿이 모여 따뜻한 이야기가 오가는듯한 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주방용품 브랜드 코렐과 김종완 공간 디자이너가 협업한 공간. 다양한 그릇들이 놓인 테이블은 마치 여럿이 모여 따뜻한 이야기가 오가는듯한 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민송이·민들레 리빙 스타일리스트가 기술과 휴머니즘을 연결시켜 구현한 일상의 공간. [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민송이·민들레 리빙 스타일리스트가 기술과 휴머니즘을 연결시켜 구현한 일상의 공간. [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안전을 위한 보금자리? 재산 증식의 수단?

2018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가보니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4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제시하는 집은 ‘공유의 장’이다. 행사는 ‘따로 또 같이, 생활을 잇다’, 영어로는 ‘Connected Home’이라는 확장적 테마를 내세우며 집의 기능을 확대시킨다. 1인 가구 증가, 재택 근무 확대, 첨단 가전의 진화 등에 맞춰 새로운 주거 문화를 생각해보자는 의도다. 공유의 공간이 되는 집, 과연 어떤 모습일까.


노동과 휴식, 첨단과 아날로그가 이어지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대화의 장이 되는 집. 장호석 데코레이터와 채준 큐레이터가 작업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대화의 장이 되는 집. 장호석 데코레이터와 채준 큐레이터가 작업했다.

알로소의 모듬형 소파 [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알로소의 모듬형 소파 [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커플룸이지만 두 개의 싱글침대를 놓은 에스하우츠의 부스. [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커플룸이지만 두 개의 싱글침대를 놓은 에스하우츠의 부스. [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따로 또 같이’ ‘커넥티드 홈’이라는 키워드가 알쏭달쏭하다면,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시킨 공간에서 답을 찾아보자. 바로 ‘디자이너스 초이스’다. 주최 측은 매년 테마에 맞는 창작자들을 선정하고 그들만의 독창적 공간을 선보이는데, 이번에는 연결과 소통이라는 큰 주제 아래 일·휴식·생활이라는 소테마로 전시를 꾸몄다.

신현호 가구 디자이너와 이상민 조명 디자이너(크래프트브로 컴퍼니)는 일과 취미가 연결된 집을 제시했다. 아티스트(금속 작가)의 작업실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한쪽에는 제도 책상과 공구들을, 다른 한 편에는 커피 테이블과 라임 컬러의 쇼파 혹은 헤드폰이나 미니 피규어 같은 취미용 소품을 두는 식이다. 신 디자이너는 “노동과 휴식이 혼재하는 이 공간은 누군가에겐 집이기도, 집이 아니기도 하다”는 설명으로 ‘커넥티드 홈’의 테마를 되새겼다.

장호석 데코레이터와 채준 큐레이터(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집에서의 휴식을 여럿이 어울리는 대화로 치환했다. “혼술·혼밥 시대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수다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고 싶었다”는 게 장 데코레이터의 설명. 보다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을 포인트 삼아 대화 소재가 될 법한 ‘스토리가 있는’ 소품을 곳곳에 배치했다. 19세기 일본 고가구인 커피 테이블이나 르 코르뷔지에의 원화 등이 그것이다.

민송이·민들레 리빙 스타일리스트(세븐 도어즈)의 경우 첨단 가전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연결했다’. 최신 인덕션이 놓인 주방 싱크대 밑에는 건초 더미를, 고화질 TV를 놓은 거실 벽에는 고서나 사진을 걸어두는 식이다.

이처럼 제각각 작업한 세 공간은 서로 다른 색깔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어쩌다가게’라는 공유 상업공간으로 이름을 알린 건축사사무소 S.A.A.I.의 박인영·이진오 건축가가 공간 전체를 설계한 흔적이다. 박 대표는 “컬러와 조명 톤을 맞추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어지는데 비중을 뒀다”면서 “세 공간을 아우르는 아치형 기둥들이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각 공간 속에 들어가 통일성을 주는 요소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홀로 할 수도, 함께 할 수도 있는 가구들  

일과 취미를 연결시킨 공간. 신현호 가구 디자이너와 이상민 조명 디자이너는 금속 작가의 작업실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 쪽에는 책상을, 다른 한 쪽에는 소파와 취미용품을 뒀다.[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일과 취미를 연결시킨 공간. 신현호 가구 디자이너와 이상민 조명 디자이너는 금속 작가의 작업실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 쪽에는 책상을, 다른 한 쪽에는 소파와 취미용품을 뒀다.[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프리츠 한센이 호텔 컨셉트로 재현한 부스.[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프리츠 한센이 호텔 컨셉트로 재현한 부스.[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다용도로 쓰는 플랫 포인트의 스툴.[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다용도로 쓰는 플랫 포인트의 스툴.[사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비단 창작자들의 전시만이 아니라 각 브랜드들의 부스 역시 연결·소통·공유를 염두에 뒀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실에서도 부스를 거실 형태로 꾸민 곳들이 다수였다는 점이 이를 보여줬다. 소파와 테이블이 주요 전시품목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앞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 수다로 소통하고 휴식한다”는 장호석 데코레이터의 해석 그대로, 직접 앉고 이야기를 나누며 부스에서 오래 머무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는 점이다.

다만 디자인적 특징은 확실했다. 테이블의 경우 범용성을 내세웠다. 작업실이나 주방 어디에 두어도 상관없을 듯한 반듯하고 낮은 대형 테이블이 주를 이뤘다. 목적을 다양하게 고려하다 보니 상판의 길이와 폭을 보통 식탁보다 넓힌 디자인도 종종 눈에 띄었다(비스트럭처). 소형 테이블 역시 의자로, 테이블로도 쓰일 법한 낮은 스툴 형태가 대거 등장했고, 컬러를 달리해 여러 개 겹쳐 두는 스타일링을 눈에 띄었다(플랫포인트).

소파는 ‘따로 또 같이’ 쓸 수 있는 실용성이 강조됐다. 알로소의 모듈형 소파가 대표적이다. 1인용부터 4인용까지 조합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고, 침대 소파로도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 비아인키노의 소파 역시 군더더기 없는 정사각형 큐브 형태로 공간과 용도에 맞춰 형태를 달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부스 자체가 ‘공유’를 내세운 곳도 있었다. 에스하우츠는 아예 ‘셰어 하우스’라는 주제로 공간을 마련, ‘혼자 있기 싫지만, 혼자 있고 싶은’ 1인 가구의 모순적 심리를 파고 드는 가구들을 선보였다. 그 중 커플의 침실이 눈길을 끌었다. 흔한 더블베드가 아닌 싱글 침대를 나란히 놓았는데, 침대 사이에 한 뼘이 될락말락한 거리를 뒀다. 모든 걸 함께 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하는 ‘느슨한 공유’를 한 장면으로 보여줬다.

호텔을 컨셉트로 내세운 부스도 흥미로웠다. 호텔은 그 자체가 수많은 투숙객들을 위해 ‘공유되는 집’이다. 덴마크 대표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은 지난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인 프리츠 호텔의 감성을 재현한 ‘하우스 오브 프리츠 한센’을, 하이엔드 리빙 편집 쇼룸인 보에는 오스트리아 침대 브랜드 위트만을 이용해 ‘위트만 호텔’이라는 컨셉트의 침실 공간을 마련했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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