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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건 다 해주세요" 존엄사 까다롭게 만드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딸 신드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캘리포니아 딸 신드롬' 뒤탈 생길까봐 가족 전원 동의

지난달 4일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한 후 이달 6일까지 한 달여만에 1003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했다. 이 중 351명(35%)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썼다. 환자가 의식이 없어서 가족 2명이 "부모님이 평소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일관성 있게 진술한 경우가 251명(25%)이다. 나머지 401명(40%)은 환자의 뜻을 몰라 가족 전원이 합의한 경우다. 이윤성 교수는 "가족 전원 합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가족 2명이 처리해도 되는데 혹시 문제가 될까봐 전원 동의를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의사가 뒤탈을 우려해 그 방법을 권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캘리포니아 딸 신드롬(Daughter from California Syndrome)' 때문일 수도 있다. 평소에 병석의 부모를 잘 찾지 않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들·딸이 뉴욕의 부모 임종 직전에 뒤늦게 나타나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경우를 빗댄 용어다. 한국에서도 이런 갈등을 우려해 두 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지 못하고 전원 합의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여기서 가족은 배우자·자녀·부모를 말한다. 90대 부모라면 증손자까지 동의서가 필요하다. 가족관계증명서도 필수다. 인공호흡기를 달지말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증손자 동의서라니, 그래서 현행 법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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