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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 직접 만나 얘기나누면 큰 성과 낼 것”, 트럼프 “좋다. 만나겠다”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전달받고 곧바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했다. 이어 면담에 배석한 자신의 참모진들을 둘러보면서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의용 실장이 미국에 가져간 '히든카드'가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이었다”며 “탐색 대화나 예비대화를 거치지 말고 곧바로 만나서 일결타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45분간 면담하면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김정은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서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대북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던 도중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만나자”는 소식을 듣고 오벌오피스에서 즉석 면담을 하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8일이 아닌 9일에 만나기로 일정을 조정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만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나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목사님 5000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했다”고 알렸다. 복음주의 기독교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세력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화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제안까지 정 실장에게 했다. “부탁이 있다”며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의 대표들이 직접 오늘의 논의 내용을 이곳 백악관에서 발표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에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함께 발표 문안 조율에 들어갔다. 청와대 관저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겐 최종 발표 전 청와대와 백악관을 잇는 '시큐리티 라인'을 통해 사전 보고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배석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에게는 “오늘 상황을 봐라. 철통같은 한ㆍ미 동맹이 이뤄지고 있다”며 “철강 관세 부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수입철강 관세 부가 방침에 한국산 철강이 포함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두 사람 모두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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