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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관세 폭탄, 한국의 전략은?..“15일동안 국가면제에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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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15일이 중요합니다. 국가면제가 여의치 않으면 상품별 제외도 추진하겠습니다.”

김현종 본부장 한국 특파원 간담회 #여이치 않으면 상품별 제외 추진 #중국 타깃이 동맹국 피해 초래 설득 #"밤잠 설치며 국익을 고민중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마련하고 이같이 밝혔다. 행정명령이 발효되기 전 15일 동안 한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적용하는 232조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겠다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2002년 부시 정부에서도 철강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한 결과 철강을 구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2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벌써부터 철강 가격이 10∼20% 오르고 있는 만큼 상황을 잘 이용하면 돌파구가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가와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행정명령의 의미는.

“철강관세부과는 과잉생산을 한 중국을 향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동맹국들에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예상치 못한 결과다. 중국은 미국의 철강 수입국 중 11위밖에 안 된다. 트럼프 정부가 내건 안보 예외 조항은 다른 나라들도 국가안보를 원용해서 다양하게 수입제한조치를 내릴 수 있는 전가의 보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열심히 뛰었지만 아쉽게 됐다. 국익도 있지만 국격도 유지해야 했다. 당초 가장 우려됐던 한국 포함 12개국 집중 제재안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품이 오해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수출 철강 중 중국산 소재는 2.4%밖에 되지 않고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은 21% 감소했다. 윌버 로스 상무 장관은 한국이 232조에 포함된 이유가 환적(화물 옮겨싣기) 때문이라더라. 하지만 중국 철강 수입은 저가용에 집중돼 있고, 한국의 대미 수출품은 자동차 강판과 같은 고급제품으로 다르기 때문에 환적은 문제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철강상품의 88%가 이미 상계관세를 부과받고 있어 철강수출이 2014년 대비 32% 감소한 만큼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조지아와 앨러바마에서 6500명의 현지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만큼 철강 18만t이 수입제한될 경우 일자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면제대상에 포함됐다.

“시한부 면제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원하는 속도로 진전이 안될 경우 철강관세를 압박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음달 8일 예정된 NAFTA 8차 협상에서 진전이 있도록 압박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15일동안 관세를 피하기 위해 내놓을 대안이 있나.

“우리도 중국의 과잉생산 수입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의 철강 생산 가능량이 390만t 줄었다.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도 32% 축소됐다.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물량을 뺀 나머지에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1330만t 이상 수입을 안하겠다는 숫자가 정해져있다. 또 미국내 철강회사 가동률이 73%인데 이걸 80%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걸 따지면 각 나라들이 어느정도 수출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앨러바마와 조지아 자동차 공장에서 18만t 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232조를 적용할 정도로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계속 강조할 생각이다.”

-국가면제가 안되면 상품별 제외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품목예외에 포함되면 25% 관세를 내지않고 예전처럼 미국에 계속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브라질 같은 경우 용광로에서 나온 슬라브를 수출하는데 이것의 품목예외를 주장할 것이다. 우리는 앨러바마와 조지아주에서 70만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70%의 철강을 수입하고 30%는 현지에서 조달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컬러도금강판에 대해 예외를 받으려 노력할 것이다.”

-피터 나바로 국장은 왜 만나지 않았나.

“그걸 꼭 얘기해야 하나.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우리 사정을 소상히 얘기했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케빈 브레디 하원 세입위원장 등 30여명과 만나 긴밀한 얘기를 나눴다. 콘 위원장은 퇴임하는 날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떠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뜻을 밝혔다. 그동안 우리 사정을 귀담아 들어준 창구였는데 물러나게돼 안타깝다. 전날까지 한국이 관세부과 예외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하루만에 바뀐 이유는 지금 답하기 어렵다. 다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내 나름대로 국익을 가지고 접근방법을 생각하고 있고,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잠 못 이루는데 생각안했겠는가.”

-여태까지 해왔던 전략 이외에 취할 수 있는 카드는.

“설명보다는 설득력 있는 전략적 논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미법에서는 논리가 중요하다. 전략적인 논리로 얼마나 잘 설득하고 표현해야 책임자들이 한국을 예외국가로 인정할 것이다. 미국은 교역을 안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다. 그 사실을 바탕에 깔고 우리가 어떤 지렛대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협상은 지렛대를 최대화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당국은 지금 지향하는 목표가 어디고, 전술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잘 세워야 한다.”

뉴욕ㆍ워싱턴=심재우ㆍ정효식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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