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묻힌 남북합의 성과 … 문 대통령 지지율 되레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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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0주년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북 특사단이 평양을 다녀왔는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라는 평가를 덧붙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북한이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며 결과물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큰 호재가 될 수 있는 이 같은 성과가 여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7일 조사해 8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한 65.6%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전주에 비해 2.4%포인트 내린 47.6%를 기록했다.

‘안희정’ 악재에 1주 새 0.9%P 하락 #속타는 여권 “국민, 미투에 더 관심”

이러한 여권의 지지율 횡보는 민주당을 향한 잇따른 ‘미투(#MeToo)’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최근까지 성폭행을 당했다는 정무비서의 폭로에 이어 지난해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도중에도 또 다른 성폭행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지율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던 정봉주 전 의원도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대북 특사단이 방북했던 지난 5일 66.5%로 상승했다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보도가 나온 이튿날인 6일에는 63.9%로 하락했다. 6일 밤 대북 특사의 성과 발표, 그리고 7일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청와대 오찬 회동이 있은 뒤에 66.7%로 다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대통령은 조찬기도회에서 미투 움직임과 관련,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여성들의 차별과 아픔을 위로한다”며 “고통받은 미투 운동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기도를 부탁한다”고 했다. 여권 내부에선 최근 상황과 관련해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남북 문제에서 큰 성과를 거뒀는데 미투 때문에 다 묻혔다”며 “중요한 일이지만 멀게 느껴지는 남북 문제보다는 미투 문제에 국민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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