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땀시 데모를 하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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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송아지 두마리도 「쇠고기수입반대」라고 쓰인 허리띠를 두르고 봉고트럭에 올라 상경했다.
『미국농민 살리려고 한국농민 죽이지말라』『한심한 축산정책 정부는 각성하라』
농민들의 함성이 드높아지자 송아지도 맞장구치며 「음매」「음매」목소리를 높였다.
『5월은 부지깽이도 설친다는 모내기철 아니겄소. 헌디 우리가 뭐땀시 여그까지 와서 데모를 하겄소. 우리를 여그까지 내몬 것이 과연 누구냐 이말이여….』
한 농민이 걸찍한 입담으로 정부의 축산정책을 성토하자 주위의 농민들이 맞장구를 쳤다.
『농가부채가 가구당 5백만원 아이가, 그런데도 정부는 농민은 잘살고있고 계속 잘살끼라고 안카나. 선거때 사탕발림은 다 어디가고 정권만 잡으면 끝이다 이긴가.』『미국인들도 그렇재. 지그들은 처먹지말라고 만날 광고까지 해대는 담배를 왜 우리한테는 덤핑에 사가라고 강요하냔 말이어. 그러고도 지가 우리 우방이여.』
26일 오후 서울여의도광장, 전국3천여 축산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농축산물수입반대 전국농민결의대외」현장.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쇠고기수입을 강요하는 미국을 상징하는 허수아비 화형식을 가진후 국회의사당 앞으로 진출했다.
저지하는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자욱한 최루탄의 연기속에서 벌어진 밀고 당기는 공방전. 난생처음 맡아보는 최루탄연기에 기겁을 한 송아지는 비명을 지르며 뒷발길질을 하다 영등포경찰서앞마당으로 끌려갔다.
큰코를 벌름거리며 끌려가는 송아지의 지친 모습은 힘센 미국소의 상륙앞에 무력할수 밖에 없는 우리농민들의 모습은 아닐까.

<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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