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마당발' 김재록씨 로비 의혹 - 현대자동차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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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한 직원은 "아침에 회사에 나왔는데 건물 안에서 그런 일(압수수색)이 벌어졌는지 몰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회사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경비 용역 업체 직원 20여 명을 사옥 정문 앞에 배치해 직원과 취재기자의 회사 출입을 통제했다. 회사 측은 검찰의 수사 진행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법무팀 관계자들을 비상 소집했다. 일부 직원은 잔무 처리를 위해 출근했다가 영문을 모른 채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날 재무팀이 있는 17층을 중심으로 이뤄진 압수수색이 길어질수록 회사 관계자들의 표정은 굳어져 갔다.

밤 늦은 시간까지 정몽구 회장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 회장실도 압수수색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회사 측은 부인했다. 회사 측은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가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재록씨의 로비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뜻밖에 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찰이 기업의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은 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압수수색이) 이뤄져 이번 수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걱정했다.

특히 회사 관계자들은 환율 하락 등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시기에 검찰 수사까지 당하게 되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또 다음달 노조와 임금 협상 등을 앞두고 있어 경영 비리 문제 등이 불거지면 노사 관계가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시시각각 압수수색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03~2004년 대선 자금 수사 때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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