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만 30가지···17학번 전원 탈퇴한 홍익대 응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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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군기 문화에 17학번 전원이 사라진 홍익대 응원단 

[사진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사진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홍익대학교 응원단에서 혹독한 군기 문화에 시달리다가 2017학번 전원이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페이스북 페이지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지난해 응원단에서 수습 단원 생활을 했다고 밝힌 17학번 재학생들이 응원단 내 가혹 행위를 폭로했다. 이후 이와 비슷한 폭로 글이 계속 게재되고 있다. 이들이 밝힌 가혹 행위는 약 30가지에 이른다.

이들은 기수가 곧 서열을 의미하며 서열이 제일 낮은 1학년은 선배들의 모든 명령에 따라야 했다고 주장했다. 24살 1학년 단원에게 23살 3학년 단원이 “언니라고 해봐~ 언니~”라면서 조롱 섞인 발언을 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진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사진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17학번의 폭로 글 이후 응원단원이었다고 밝힌 A씨는 “어린 여자애들이 아빠나 삼촌뻘 사람에게 오빠라 부르며 술 마셔야 하고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며 “높은 기수 고문들이 순진한 어린애들 노리개처럼 이용하려고 일부러 오는 건 아닐까 무섭고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후배들은 선배들의 전체 명단과 기수를 외우고 시험을 봤다. 공개한 사진에서 한 선배는 “60점 못 넘으면 재시험이야. 한 번에 하는 게 마음 편해, 얘들아”라며 시험 예시까지 설명했다.

[사진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사진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또 한 명이 지각하면 동기 전체가 체력 증진이라는 명분으로 1분에 3바퀴씩 운동장을 뛰는 벌칙도 가해졌다. 그러나 2학년이 지각했을 때는 “원래 2학년은 연락 안 하는 거야”라는 말로 넘어갔다고 이들은 전했다.

폭언과 술 문화도 따라왔다. 응원단 단장은 이름 대신 ‘XX 새끼’라고 불렀으며 한 단원은 “선배들 XX 좀 빨고 아양 좀 부려라. 너넨 사회생활을 너무 못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또 사발에 각종 술과 소스, 음식, 쓰레기, 동전, 가래침 등 넣고 싶은 것을 넣은 뒤 원샷을 강요했다고 17학번들은 주장했다. 심지어 지폐 몇장을 넣어 저은 뒤 “이걸 다 마시면 이 돈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한 선배도 있었다.

17학번들은 “곧 있으면 새내기 분들이 이런저런 활동에 참여하게 될 텐데 저희같이 등 떠밀려, 또한 울면서 나오게 될 새내기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A씨는 16학번 선배들을 겨냥한 듯 “1학년 때는 부조리를 토론하다가 (선배가 되더니) 새내기한테 (그 문화를) 다시 반복 중이라는 것이 충격”이라며 “17학번 친구들(후배들) 다 잃고 느끼는 거 없냐. 자기들도 똑같은 피해자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되물었다.

논란이 커지자 아사달 측은 7일 페이스북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정리가 완료되는 대로 (입장문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는 해당 사건이 해결되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총학생회 주관행사에서 아사달의 공연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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