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텔 - 루슨트 M&A 협상 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세계 통신시장에 인수합병(M&A) 회오리가 일고 있다. 이달 초 미국 통신사업자인 AT&T가 벨사우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3일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프랑스 알카텔이 미국 루슨트 테크놀로지와 M&A 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통신사업자는 물론 통신장비 업계에도 M&A 바람이 불면서 통신시장 전체가 M&A 전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26일 알카텔과 루슨트의 합병이 성사되면 비교적 무풍지대에 있던 통신장비 업계에도 M&A 대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합병 후 시가총액만 330억 달러(약 33조원)의 거대 통신장비업체가 된다. 루슨트와 알카텔은 2001년에도 230억 달러 규모의 합병을 논의했으나 경영권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결국 협상이 결렬됐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5년 만에 양사의 합병 논의가 재개된 것은 통신 업계에서 일어난 M&A 붐이 통신장비 업계에도 위기의식을 불어넣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가 벨사우스를,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이 MCI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신사업자 간 대형 M&A는 대규모 장비 교체를 수반하기 때문에 통신장비업체 간 M&A를 부르게 된다. 장비업체로선 덩치를 불려 놓아야 향후 장비 수주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또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장비업체들의 거센 도전도 알카텔과 루슨트의 합병 협상 재개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알카텔과 루슨트의 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적이 서로 다른 데다 두 기업이 속해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보호주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