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의사 죽인 목사 사형집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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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94년 낙태 시술 의사를 살해한 혐의로 미국 플로리다 교도소에 수감돼온 전 장로교 목사 폴 힐(49)의 사형이 집행됐다. 플로리다주 스타크의 주 교도소 측은 3일 오후 6시(현지시간) 독극물을 주입해 힐을 처형했다고 발표했다.

힐은 94년 7월 낙태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당시 69세였던 산부인과 의사 존 브리튼과 경호원을 총기로 살해, 주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다.

그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는 동안 교도소 외곽에서는 10여명의 낙태반대 운동가들과 사형반대론자들이 모여 노란 풍선을 띄우고 찬송가를 부르며 힐을 영웅으로 칭송했다.

힐은 사형집행 수분 전 최후진술에서 반낙태 운동가들에게 "만일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내가 처형되는 순간 내 영혼은 영원히 하느님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의 죽음을 계기로 미국에서 낙태에 대한 논쟁이 또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사형이 집행되면 과격한 낙태반대론자들이 의사들에 대한 테러를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낙태 클리닉들은 낙태반대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대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CNN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병원 경비를 강화하고, 개인 경호원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90년대 이후 극단적인 낙태 반대운동가들이 낙태 시술을 하는 의사를 폭행.저격하거나 병원을 폭파하는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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