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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왜 4월일까…남북이 속도전 돌입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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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귀환 뒤 “4월 말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 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그러나 4월 말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고 대충의 시기만 논의했고 구체적인 날짜는 추후 접촉을 통해 결정키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을 64일 앞둔 4월 10일 정부는 6월 12일 평양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2007년엔 8월 28일 2차 정상회담을 연다고 23일 전에 발표하긴 했지만, 북한의 수해 등으로 인해 10월 2일로 연기됐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 모두 두 달 이상의 준비시간이 있었다. 이전 특사들의 준비접촉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있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뒤 귀환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뒤 귀환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반면 3월 5일 합의한 3차 정상회담이 4월 30일 열리더라도 55일의 시간이 전부다. 특히 이전 정상회담이 미국이나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호응속에 진행됐지만, 지금은 북핵 문제 진전이라는 ‘여건’과 미국ㆍ일본의 곱지 않은 시선을 정리해야 하는 등 환경이 훨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차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전직 정부 당국자는 “노무현 정부의 2차 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의 1차 정상회담 경험을 토대로 의제만 준비하면 되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북한 지도자도 바뀌고 9년간 남북관계가 단절됐다는 공백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품이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수석으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수석으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연합뉴스]

그런데도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당장 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이어갈 만한 카드가 없다는 정부의 절박성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이 패럴림픽 이후 일주일까지 휴전을 하자는 결의(지난해 11월)을 했고, 그 시한이 오는 25일”이라며 “평창 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무드를 이어가야 하는데 정상회담이 카드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는 정상회담 카드를 통해 북한과 미국을 각각 설득해 북한의 무력 도발을 막고 북미대화를 견인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남북 고위급회담 등 실무적인 것만으로는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의 시기나 내용 등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는 가운데 북한도 대화 분위기가 필요했다는 점이 맞아 떨어져 서둘렀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조기 정상회담 추진의 필요성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운명』)에 남북정상회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등으로 두고두고 후폭풍을 겪었다. 이런 경험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고 정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4월 말에 정상회담을 하면 올해 안에 4차 정상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장소를 출퇴근 회담이 가능한 판문점으로 정한 것도 정상회담을 이벤트가 아닌 실무적이고, 정례적인 행사로 하겠다는 염두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6ㆍ13 지방선거와 연관 짓는 견해도 있다. 4.13 총선 사흘 전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면서 역풍을 맞아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이 참패하긴 했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폭 올랐다는 점에서다. 4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동결 등 핵과 관련한 진전된 입장을 표명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걸음마를 떼고, 북미 대화가 성과를 낼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 6ㆍ13지방선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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