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훈련 이해한다”면서도 한·미에 양보 요구

중앙일보

입력 2018.03.07 01:07

업데이트 2018.03.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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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은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찬을 했다. 남측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른쪽 넷째부터 정 실장,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 서훈 국정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사진 청와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별사절단은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찬을 했다. 남측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른쪽 넷째부터 정 실장,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 서훈 국정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사진 청와대]

정부는 6일 특사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을 통해 다음달 말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달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KR)과 독수리 훈련(FE)이 진행 중인 시점이다. 한·미 군 당국은 다음달 1일 독수리 훈련을, 23일 키리졸브 연습을 각각 시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다면 연합훈련 기간 중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일까.

한·미 연합훈련 어떻게 되나
한·미 훈련기간 중 정상회담 열려
김 “정세 안정 땐 훈련 조절 기대”
겉으론 한·미에 양보 모양새
속내는 훈련기간 축소 등 원해

특사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연기한 연합훈련을 다음달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걸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이어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안정세로 진입하면 연합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덧붙였다. 정 실장은 “우리 측은 ‘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재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할 명분도 없다’는 입장을 전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은 이미 관련 보고를 받고 우리 측 입장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연합훈련 실시에 대해 이해하지만 가급적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뜻인데 무게가 ‘이해’와 ‘연기’ 중 어느 쪽에 실렸는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북측은 (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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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동안 연합훈련을 북침연습이라고 비난했다.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지난달 25일자에서 “연합훈련을 재기하기만 하면 우리 천만 군민은 단호히 대처한다. 미국이 정세 완화를 바란다면 연합훈련을 걷어치워라”고 주장했다.

특사단이 전한 김정은의 발언은 이 같은 기존 태도와는 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연합훈련을 실시해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은 연합훈련이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라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연합훈련에 대해 크게 문제 제기를 안 했다”며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 진전을 보일 경우 미국에 연합훈련을 조절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연구자는 “김 위원장의 의도는 우리가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양보를 했으니 남측도 더 큰 양보를 해주라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우리 정부는 연합훈련을 하더라도 기간을 단축하거나 규모를 축소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달 28일 “추가적인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연합훈련 일정이나 규모의 조정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의 문을 연 만큼 연합훈련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부 안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미 야외기동훈련(FTX)인 독수리 훈련을 올해 두 달에서 한 달로 줄이면서도 규모는 예전과 동일하게 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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