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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특사단 도착 3시간 만에 회동 … 김정일과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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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왼쪽부터)이 특별기 앞에서 출국 인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왼쪽부터)이 특별기 앞에서 출국 인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일 한국 특사단을 맞으면서 이례적으로 방북 당일 회동을 했다. 특사단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지 3시간여 만이다. 이는 과거 남북 만남 때 북한이 동원했던 ‘접견 지연’이나 ‘깜짝 등장’과는 차이가 있다.

방북 당일 속전속결 이례적 등장 #남북관계 속도 내고 싶어하는 듯 #김정일은 예고없이 한밤 불쑥 찾아 #김영철·이선권 등 대남라인 총출동 #일각 “스타일 변해도 본질 안 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특사단의 김정은 접견과 뒤이은 만찬을 알리면서 “당초 예정됐던 대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남북은 특사단의 방북 당일 접견과 만찬 일정을 사전에 조율해 놨는데 실제 이대로 진행됐다는 의미였다.

이는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1998년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은 정 전 회장이 묵었던 백화원 초대소를 예고 없이 밤늦게 찾아와 방북단을 놀라게 했다. 2005년 6월 방북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3박4일의 방북 기간 중 귀국 전날 밤에서야 ‘다음날 접견’을 통보받았다. 김정일은 2000년 9월 2차 장관급회담 땐 평양에 있던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을 갑자기 자신이 머물던 함경남도로 부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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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정은은 한국의 공식 정부 대표단을 처음으로 맞은 이날 사전에 남북이 준비했던 일정대로 했다. 특사단과 북측의 최종 일정 확정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오후 2시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특사단은 50분 후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15분 만에 접견·만찬 시간을 확정했다. 한국 대표단을 맞은 뒤 연락을 피한 채 기다리게 만들어 심리적 불안감을 유도했던 과거의 기선잡기와는 차이가 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주려 시도했을 수 있다”며 “남북관계 진전에 속도감을 내고 싶어한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보여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일 변화를 북한 정권의 변화로 여기면 오산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서방을 경험했던 김정은이 ‘신비주의’를 선호했던 김정일과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북한 정권의 본질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북한은 핵심 대남 라인들을 총출동시켜 특사단을 맞았다. 김영철 및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이현 통전부 실장 등이다. 이현이 특사단을 특별기 내에서 영접한 뒤 이선권과 맹경일이 공항에서 특사단을 맞았다. 김영철은 숙소인 고봉산 초대소에서 특사단을 기다렸다.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지목받는 김영철은 현재 대남 라인의 주축이다. 지난달 25일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때 북한 고위급대표단장으로 와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공개로 만났었다. 이선권은 지난달 9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특사로 내려와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 배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대화’ 당부 언급을 종이에 받아 적었던 인물이다. 맹경일은 노무현 정부 때 남북 장관급회담 대표로 나왔던 회담통이다. 한국 정부가 2009년 12월 개성공단을 책임진 북한 인사들을 해외에 시찰시켰을 때 당시 북측 책임자였다. 각종 남북 행사에 단골로 등장했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엔 북한 응원단 250여 명의 책임자로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 머물면서 현장을 감독했다. 이현은 김영철 방한 때 수행원이었다. 북한이 이들을 다시 내보낸 것은 특사단이 방북 기간 중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했음을 시사한다.

채병건·정용수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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