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민사고에 와 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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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사고를 권장한 것은 정부다.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각자의 건학 이념대로 학생들을 가르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2002년 처음 만들어진 게 민족사관고 등 6개교다. 지난해엔 졸업생이 배출됐다. 민사고 졸업생 18명은 올해 미국 명문대에 입학하기도 했다.

교육계에서 자사고만큼 논쟁적인 정책은 없다. '평준화의 대안'이라는 극찬에서부터 '등록금이 세 배 비싼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이런 자사고가 요즘 도마에 올라 있다. 마치 한국 교육의 문제는 자사고에서 비롯된 것처럼 매도된다. 그 선두에는 김진표 교육 부총리가 서 있다.

김 부총리는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자사고 지지자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자사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시한 뒤 올해부터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다. 23일 김 부총리는 "자사고를 무작정 확대한다면 중3병과 고교서열화가 다시 부활될 게 불 보듯 뻔하다. 확대한다면 정부가 그 책임과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사고 학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4만원(사교육 참여율 68.2%)이며, 전국 일반고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가 30만원(참여율 56.4%)"이라고 공격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나와 있는 통계 수치를 인용해 자사고가 과외를 더 받는다고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강남지역 일반고 학생은 전체 92.1%가 사교육을 받고 월평균 사교육비로 60만원을 부담한다는 내용은 쏙 빼놨다. 자신에게 유리한 부문만 인용하는 것은 논리학의 기본에도 어긋난다.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이돈희 민사고 교장은 "민사고 학생들의 월 사교육비가 104만원이라거나, 입학하고 싶은 중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고액의 부설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부총리의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바뀌면 정책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육정책이 왔다갔다 하는 건 문제다. 정부가 출범시킨 자사고를 4년이 지난 지금 공격하는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강홍준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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