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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안팎 비난에도 '철강 관세폭탄' 밀어붙이는 백악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폭탄’ 결정에 대해 ‘큰 실수’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내 보호무역론자들은 총력을 쏟아붇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부과에 예외없음을 재확인했다.

"무역전쟁 이길 수 없다"는 우려에도 #이번주말 대통령 서명과 함께 공식화 #트럼프 "미안하지만 변화할 시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조슈아 볼턴은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은 이기기 쉽다’고 말한 것은 잘못”이라며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아무도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건 손 흔드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슈아 볼턴 전 백악관 비서실장. [중앙포토]

조슈아 볼턴 전 백악관 비서실장. [중앙포토]

볼턴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트윗한 것을 보면 그는 무역전쟁을 쉽고 이길 만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업무를 보좌하고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볼턴은 “나바로가 대통령에게 밀어붙이라고 한 치료법은 중국산 과잉공급과 같은 진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중국의 관행을 고치려면 우리 친구ㆍ동맹과 뭉쳐서 중국을 함께 압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내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ㆍ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것은 “큰 실수를 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 [중앙포토]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 [중앙포토]

그는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 국가들과 싸움을 벌이는 건 결국 중국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 되는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국은 승리하고 우리는 이런 관세 체제에서 패배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보수적인 논조를 펼쳐온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날 사설을 통해 철강 관세폭탄으로 인해 미국내 관련 산업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WSJ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첨단 푀스트알피네 철강공장을 예로 들면서 지난 1960년대만 해도 1000여 명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연간 50만t의 강선을 생산해 냈으나 지금은 불과 14명으로 같은 양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철강공장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양길에 있는 철강산업 14만 명의 노동자를 지탱하기 위해 6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철강 소비 산업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주말께 서명을 통해 관세부과가 효력을 발휘하기 전 역풍이 만만치 않자 이번 무역전쟁을 구상한 나바로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나바로는 폭스TV에 나와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하방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우리의 임무는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위해 우리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지키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안보를 강조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그는 “국가 자체의 면제는 있을 수 없으며 우리가 필요할 경우 특정제품에 대해 면제해주는 과정은 있을 수 있다”면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미국에서 당장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낼 여력이 없을 경우 시간을 두고 그 제품에 한해 면세해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ABC에 나와 어떤 면제도 포함할 계획이 없다고 엇박자를 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따른 것이고 오랜 시간 논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그에게서 특별 면제책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AP=연합뉴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거의 모든 무역 거래에서 우리가 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친구와 적들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을 이용해 먹었으며 우리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은 죽었다. 미안하나 이제 변화할 시간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을 올렸다. 주요 교역국의 반발에도 예외없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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