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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경련이 방어 나선 무역전쟁, 정부가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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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의 철강 수입 제재 대상국에서 한국이 제외돼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지난달 미 의회 및 행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한 대상자 565명에는 미 상원 재무위원장, 하원 세입위원장, 상무장관, 국무장관 등 정·관계 거물이 대거 포함됐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수지 적자 감축 노력을 이해하지만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 제재 강화는 재고돼야 한다”며 다섯 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그 첫째 이유로 허 회장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꼽았다. 양국이 강력한 동맹을 유지해 온 만큼 한국이 미국발 통상전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호소한 것이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배 이상 늘어나 미 경제 발전에 기여했고, 한국에 대한 미 서비스수지 흑자 역시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이며 미국 측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간 단체인 전경련이 동맹까지 거론하며 트럼프발 통상 압박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나선 것은 우리 기업들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탁기, 태양광 패널에 이어 철강 수입이 제한될 경우 국내 수출 기업은 생산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영 위기는 물론 직원들의 일자리까지 위협받게 된다.

이런 절박감에 민간 단체가 나섰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등 관련 부처의 후속 조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중국·유럽연합(EU)은 정부 차원의 대응책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개방경제체제인 우리에게 통상 조건은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