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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서훈 투톱···친서 들고 갈 윤건영 문대통령 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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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특별사절단의 수석으로 선택한 이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당초 서훈 국정원장이 유력했지만 정 실장이 단장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미국과의 대화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다. 정 실장이 수석을 맡긴 했어도 특사단은 정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대북 특사단 인선 배경 #정의용 기용은 미국과 대화 고려 #맥매스터와 매일 통화하며 친분 #서훈은 남북협상 경험 지원 #통일부선 장관 대신 차관 보내

5인의 대북 사절단은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캠프 외교자문단인 ‘국민아그레망’에서 단장을 맡았던 정 실장은 최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거의 매일 통화할 정도로 친분을 쌓고 있다.

대북 특별사절단 5인

대북 특별사절단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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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과 한·미 관계 현안을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현 정부의 실세다. 1995년 주미 대사관 공사를 지내긴 했지만 다자(多者)외교와 통상 분야가 주전공이었다. 미국·북핵통이 주류를 이루는 외교부에선 큰 빛을 보지 못한 채 주제네바 대사와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연구위원을 끝으로 외교관 생활을 끝냈다.

대선캠프 시절부터 외교안보 브레인 역할을 했던 서 원장은 현 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멤버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79년 중앙정보부에 발을 들여놓은 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관리실장, 국정원 대북전략실장, 3차장을 거친 대북 전략통이자 협상가다. 지난해 5월 9일 선거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 뒤 당일 밤을 함께 보냈다. 정부가 장관급인 정 실장과 서 원장을 동시에 보내는 건 사절단의 ‘급’을 높여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여건도 만들고, 남북관계 경험이 많지 않은 정 실장을 현장에서 조력할 수 있도록 구도를 짰다는 전언이다.

눈에 띄는 건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전격 발탁이다.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과 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최측근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재수 시절 서훈 원장과 문 대통령을 연결해준 당사자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윤 실장은 지금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해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상황실장은 각 부처와 사정기관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취합하는 자리지만 그 외에도 각종 대통령 업무에 긴밀히 연관돼 있다. 특히 윤 실장은 이번에 정 실장이 김정은에게 전달할 문 대통령의 밀봉 친서를 지참하며, 특사단의 평양 상황을 문 대통령 등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지침을 받아 특사단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실장은 국정 전반에 대한 상황 관리와 정의용 안보실장에 대한 보좌를 위해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사단에 국내 상황을 주로 관장하는 청와대 상황실장이 포함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윤 실장이 대북 관련 업무를 맡은 경험이나 방북 경력도 없다. 이 때문에 윤 실장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별도의 특명을 받고 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절단원인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은 서 원장의 콤비 플레이어로 꼽힌다. 서 원장의 부하직원으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고, 서 원장이 대북 관련 책임자(2차장)로 직접 지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향후 정상회담을 한다면 실무책임을 맡을 적임자로 서 원장이 캠프 시절부터 생각해 뒀다는 후문이다. 사절단 일원에 포함된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대표단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빠진 자리에 보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편 특사단은 5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발한다. 서해 공해상 상공으로 나갔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다시 평양 순안국제공항으로 향하는 ‘ㄷ’자 항로를 예정하고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길에 오르면서 만들어진 코스다.

비행기는 공군 2호기(대통령 전용기, 보잉737)를 이용한다. 공군 2호기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2003년 1월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가 특사로 방북했을 때도 이용했다. 평양의 숙소와 차량은 북한 측에서 준비한다. 북한의 영빈관인 백화원이 유력한 가운데 고려호텔도 거론되고 있다.

정용수·위문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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