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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박, ‘호혜세(reciprocal tax)' 왜 나왔나…농산물 추가 개방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무역 전쟁의 불을 붙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 웨이(My way)’에 브레이크가 없다. 수입산 철강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호혜세(reciprocal tax) 무기를 꺼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곧 호혜세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곧 호혜세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 나라가 우리 제품에 50%의 세금을 매기는데 우리가 같은 제품에 관세를 0%로 매긴다면 공정하지도 영리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상대국이 미국에 세금을 매기는 만큼 #미국도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 #"EU, 중국에 보복관세 마라" 경고용 #한국엔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포석

이어 “곧 호혜세(reciprocal tax)를 도입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부과하는 만큼 똑같이 부과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8000억 달러의 무역 적자 상황에서 달리 선택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관세 폭탄 ’조치에 최대 라이벌인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동맹국들이 ‘보복’을 거론하자 이에 대한 답을 내놓은 셈이다. 무역 전쟁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호혜세 도입은 상대 국가가 미국에 관세를 매기면, 미국도 그만큼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보복 관세 성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그는 “만일 EU가 그곳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이미 엄청난 관세와 무역장벽을 추가로 올리길 원한다면, 우리는 간단히 미국에 자유롭게 쏟아져 들어오는 그들의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U를 직접 거론한 건 EU가 철강 관세 부과에 대한 구체적인 맞대응 방식을 내놓으며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할리 데이비드슨과 리바이스, 버번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브랜드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EU의 강력한 반발에 트럼프는 유럽의 주력 대미수출품인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중국, 일본과 함께 한국을 적시하며 호혜세 도입 방침을 거론했다. 그는 “한ㆍ중ㆍ일 등은 우리 기업들의 상품에 막대한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도 미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호혜세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라며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 실제 한국의 경우 미국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상품이 거의 없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한국의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율은 96.7%다.

 대다수 미국산 수입 제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및 부품, 무선통신기기 등 한국의 대미 주력수출 상품에서 양국은 서로의 제품에 대해 관세율 ‘제로(0)’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실제 한국뿐 아니라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호혜세 도입이 실제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수만개 상품의 관세를 국가별로 달리하고, 이를 법률로 정해야 하는 호혜세는 입법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의 이번 호혜세 발언은 중국과 EU를 겨냥해 ‘보복관세를 매기지 마라”라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 대해선 대(對)미 무역 흑자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지적함과 함께 향후 한ㆍ미FTA 재협상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것임을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ㆍ미 FTA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쌀의 경우 한국은 모든 국가에 대해 513%의 관세를 매기고 있는데, 미국은 이 관세율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육우)의 경우 올해 관세율이 21.3%이고 2026년이 되면 관세율이 0%가 된다. 미국은 관세 철폐 일정을 앞당길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요구는 결국 ‘대미 무역 흑자를 줄여라’로 귀결된다”라며 “한국이 미국에 대한 흑자가 지속해서 준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성훈 교수는 “캐나다 등 미국의 우방국이면서 미국의 ‘관세 폭탄’에 반발하는 국가들과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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