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 '말발' 안먹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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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일 금융기관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주가가 연중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매도세를 취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자산운용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간접적으로 매도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이날 모임엔 신동혁 은행연합회장과 오호수 증권협회장을 비롯해 금융업계 기관장 33명이 참석했다.

金부총리의 이런 당부 배경은 최근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증시에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주식투자 규모를 늘리기 시작한 5월 27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기관들은 3조3천억원어치를 순매도(매도액-매수액) 했다.

그러나 金부총리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관들은 1천3백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 요청을 들어주고 싶어도 시장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달라져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최근 투신사 등 기관의 매도는 각 기관이 고유계정에서 갖고 있는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로 고객의 환매 요청을 들어주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는 것.

대한투신운용 이춘수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들은 수익증권 환매사태를 겪은 데다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해야 하고, 대손상각을 쌓아야 하는 등 자금 여력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연금 등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렬.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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