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임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풀어야 할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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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이 결정됐다. 과거에도 김유택·김성환 전 총재가 연임한 적이 있지만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은 1998년 이후 연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의 연임에는 한·중 통화스와프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성과와 함께 기획재정부와의 원활한 정책 소통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연임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재닛 옐런 전 의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임하거나 장수하고 있다.

통화정책을 이끄는 한은 총재 자리는 나름대로 독립성을 유지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임명한 전철환 전 총재 이후 20년간 총재의 4년 임기는 철저히 보장됐다.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다시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어도 총재는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그러나 정권의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독립성까지 보장했던 것은 아니다. 이번 연임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다음달 4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이 총재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만큼 우리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를 올리되 경기가 급랭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연임된 이 총재가 통화신용정책 전문가다운 관록과 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시장의 압력에 굴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존중을 받는 중앙은행 총재가 되려면 시장과의 소통과 메시지 관리에 더 고민해야 한다. 총재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한국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한은 내부 출신인 이 총재는 조직의 문제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책 당국과 경제 주체들이 눈여겨보는 보고서가 나올 수 있도록 한은의 리서치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 한은 독립 이후 첫 연임 총재가 한은과 우리 경제에 어떤 유산을 남길지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