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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둥이' 마지막 사법연수생들 입소…역대 최대 여성 비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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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법시험에 합격한 49기 사법연수생들. 일산=최승식 기자

마지막 사법시험에 합격한 49기 사법연수생들. 일산=최승식 기자

"우리는 빛나기 위해 태어났어요. 우리 모두는 믿기 때문에 여기 있어요. (We were born to shine. All of us here because we believe.)“

2일 오전, ‘마지막 사법연수원생 입소식’이 열리는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이탈리아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주제가로 유명한 ‘우리가 믿기 때문에(Because We Believe)’다. 성낙송 사법연수원장이 ‘끝둥이’ 연수원생들의 입소를 환영하고 ‘초대받은 자의 축복’이라며 들려준 노래다. 성 원장은 일부 구절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2일 오전 10시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사법연수원 개소 이래 마지막 연수생들의 입소식이 열렸다. 성낙송 원장은 연수생들에게 "사법 수요자들의 요구를 해결해줄 수 있는 법률지식과 실무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일산=문현경 기자

2일 오전 10시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사법연수원 개소 이래 마지막 연수생들의 입소식이 열렸다. 성낙송 원장은 연수생들에게 "사법 수요자들의 요구를 해결해줄 수 있는 법률지식과 실무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일산=문현경 기자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됐기 때문에 이날 입소한 49기 사법연수원생들이 개원 이래 마지막 연수생이 됐다. 이번 시험 합격자 50명에 더해 그동안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아직 연수원에 입소하지 못했던 이들까지 61명의 연수원생이 이날 임명장을 받았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1000명씩 배출되던 시절에는 연수원생들만으로도 대강당이 꽉 차곤 했지만 이번 입소식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가족들도 모두 앉아 행사를 지켜보며 연신 카메라에 기쁜 날을 담았다. ‘사법연수생에 임함. 대법원장 김명수’ 라고 적힌 임명장은 지금까지 연수생 대표 한 사람만 단상에 올라가 받았지만 이번에는 한 사람씩 모두 이름을 불러 단상에서 임명장을 줬다. 임명장을 손에 쥐고 단상에 내려오는 연수생들은 가족들과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마지막 사법연수생' 61명을 대표해 선서하고 있는 박종현 연수생. [연합뉴스]

'마지막 사법연수생' 61명을 대표해 선서하고 있는 박종현 연수생. [연합뉴스]

“선서.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한 자세로 연수생으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지킬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61명을 대표한 선서는 ‘최고령 합격자’로 연수원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해진 박종현(46) 연수생이 큰 소리로 했다. 박 연수생은 “가장 늦게 합격해 대표로 선서할 영광을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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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입소하는 연수생들의 평균연령은 33.85세다. 지난해보다 0.82세 올랐다. 성낙송 원장은 축사에서 “이번 연수생 중 오랜 기간 공부하신 분들이 많던데 참 오랜 세월 동안 지켜봐 주시면서 도움 주신 분들 또한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4년동안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는 김상원(33) 연수생은 “제 인생에 있어서도, 역사에 있어서도 마지막 연수생인만큼 다같이 잘해서 사회에 나갔을 때 좋은 법조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변정연(34) 연수생은 “지난해 여름부터는 로스쿨에 가려는 공부도 병행했었다”면서 “마지막 시험에 합격해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완 사법연수생의 어머니 지창례(58)씨는 아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전날 경상북도 경주에서 올라왔다. 지씨는 “아들이 지내게 될 연수원 기숙사에 아까 같이 올라가 봤었는데 울컥하고 기뻤다. 아들에게 기본에 충실한 법조인이 되라고 했다”고 말했다.

49기 사법연수원생들은 2일 오전 임명장을 수여받고 오후부터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일산=최승식 기자

49기 사법연수원생들은 2일 오전 임명장을 수여받고 오후부터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일산=최승식 기자

이번 연수생 61명 중 26명이 여성으로 1971년 입소 이래 역대 최고의 여성 비율(42.6%)을 기록했다. 정초롱(32) 연수생은 “여성 법조인으로 사회 곳곳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같이 입소한 여성 연수생들도 함께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노력하는 법조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49기 연수생까지 수료를 마치고 나면 사법연수원은 법관연수·법실무교육지원 등을 주로 담당하는 기관이 된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조경력을 쌓아 경력법관이 되는 이들에 대한 연수나 가사·행정·영장·조세 등 특수한 업무를 맡게 된 법관들이나 경력별 연수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렇게 단체로 입소해 2년 동안 생활을 함께하며 담당교수를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처럼 따르며 배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사법연수생들의 교수’가 된 김태준 교수는 “49기 연수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연수원이 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49기 역시 지금까지 연수생들이 해왔던 모든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다 할 것이다. 다만 막내를 맡았다는 애정을 더해 지도하게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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