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의 책임있는 정책제시|조현욱 <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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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이 개원을 앞두고 1박2일간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합숙하며 의원당선자 전원을 상대로 한정책세미나를 열었다.
20일 오후4시부터 시작된 세미나는 외부인사 4명으로부터 통일문제·의정활동·경제문제·한미관계등의 강의를 잇달아 듣느라 밤11시까지 계속됐다.
김영삼총재를 비롯한 의원당선자들은 시종 진지한 자세로 경청했으며 때론 의문점이 있는 문제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21일에도 사회분야등 3개주제에 대해 3명의 외부 인사로부터 강연을 듣는등 강행군을 했다.
강성투쟁을 위주로 해왔던 야당사에 이같은 정책세미나는 드문 일로서 야당의 자기혁신을 기하려는 몸부림으로 긍정적으로 봐주어야할 대목인 것같다.
김총재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한달에 한번씩 이같은 세미나를 열어 기필코 민주당을 정책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인뒤 『정책세미나는 국민들이 민주당을 정책정당으로 신뢰하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뿐만아니라 야권3당이 이번 총선거후 한결같이 정책정당으로의 변신을 최대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우리 정당사로 보거나 정치발전을 위해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야당가의 이같은 자구움직임은 이번 총선결과 드러난 지역정당적 성격을 감안할 때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지역감정이란 기반을 넘어서 전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민정당·수권정당이 되기위해선 정책개발을 통한 정책정당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창 입에 오르내리는 남북관계 발언파문등을 보면서 야권도 이제는 정말로 책임있고 현실성있는 정책대안을 내놓아야지 과거처럼 무책임한 정책을 발설했다가 금세 거두어들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투쟁일변도의 당체질에서 벗어나 이체 겨우 정책정당으로의 자세정립의 걸음마 단계에 있는 야당에 한꺼번에 많은걸 요구하는건 무리일지 모르나 야권도 정책세미나 같은것이라도 자주 열어 지역적 기반이나 지도자의 인기, 혹은 그 임기응변에·의해서가 아니라 정책대안에 의해서 국민의 선택과 심판을 받을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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