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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1절에도 한·미 편가르기 총력…"남조선은 미국 식민지"

중앙일보

입력

 3월1일자 노동신문. 대일 공세에 집중한 예년과 달리 올해는 미국 비난 수위를 높였다. [노동신문 캡처]

3월1일자 노동신문. 대일 공세에 집중한 예년과 달리 올해는 미국 비난 수위를 높였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연일 한ㆍ미 편가르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3ㆍ1절을 맞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사설을 싣고 “해방 후 일제를 대신해 우리 조국의 절반을 강점한 미국은 남조선에 대한 식민지 지배체제를 강화하면서 인민들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예년 3ㆍ1절엔 미국이 아닌 일본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대비된다. 북한은 지난해 3ㆍ1절에도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일본이 범죄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또 죄악의 전철을 밟는다면 영원한 파멸의 구렁텅이에 떨어질 것”이라며 대일 비난에 집중했다. 그러나 올해는 비난의 화살을 미국에 집중시키면서 한ㆍ미 동맹 파고들기에 진력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자 노동신문에서도 “우리의 핵무력은 미국의 핵 위협을 제압하기 위한 억제력으로서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코앞에 있는 손바닥만 한 남조선이나 타고 앉자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핵무력을 건설하고 대륙간탄도로켓(미사일)까지 보유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ㆍ미 대화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를 내건 상황에 대한 반발이다. 북한은 이날도 “우리는 오늘 그 어떤 침략세력도 건드릴 수 없는 주체의 핵강국”(노동신문)이라며 비핵화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북한이 한ㆍ미 동맹의 균열을 꾀하면서 남북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경향은 관영 매체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엔 GM 군산 사태를 거론하면서 “(미국이) 날강도의 본성을 드러낸 망동”이라며 “트럼프 패당이 남조선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 속심(속내)는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 개선에 나서지 못하도록 압박하자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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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ㆍ패럴림픽 이후 재개될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은 연일 반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평창 올림픽이 폐막한 지난달 25일 “미국이 남조선 괴뢰들과 합동 군사 연습을 재개하기만 하면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한 데 이어 26일에도 “전쟁연습을 할 때마다 북남 대화와 협력은 된서리를 맞았다”고 을러댔다. 지난달 25~27일 방한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한ㆍ미 연합 군사 훈련을 예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자 “그렇게 될 경우 군 등 내부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엔 평창 올림픽 등을 전후로 남북관계에 올인하면서 한미 틈새를 벌리겠다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라며 “한미 연합 훈련 재개를 빌미로 북ㆍ미 대화에는 더 나서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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