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영철 군사용 다리 통과··· 국방부 빠진채 결정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25일 방한 과정에서 군 작전지역에 있는 전진교를 통과한 것과 관련, 정부가 국방부를 배제한 채 이를 밀어붙였다는 ‘국방부 패싱’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이 27일 국방부 관계자의 구두 보고를 토대로 공개한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전진교 우회에 대한 논란이 일자 “당일 관계부처와 협의하에 이동로를 변경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지난 25일 경기 파주 군사 작전 지역에 있는 전진교를 통해 방한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지난 25일 경기 파주 군사 작전 지역에 있는 전진교를 통해 방한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정부는 ‘고위당국자협의회’를 열어 김영철 일행을 원래 예정했던 통일대교가 아니라 전진교로 우회해 서울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천안함 유족들이 통일대교에서 김영철 방한 저지 집회를 열고 있어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결정 과정에서 국방부는 배제됐다. 당초 북한 대표단 방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고위당국자협의회는 관계부처인 국방부ㆍ통일부ㆍ국정원ㆍ경찰로 구성된 기구였다. 하지만 25일 오전 회의는 국방부 관계자가 빠진 채 진행됐다. 협의회가 전진교 우회 결정을 내리고 이 사실을 국방부에 알린 건 당일 오전 9시30분쯤이었다고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 건 오전 10시쯤이었다. 김영철 일행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전진교로 출발한 시각은 오전 10시 15분이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전진교 통행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지만, 이미 정부가 결정을 내린 상태여서 달리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고 김 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또 국방부측이 협의체에 소속된 통일부 관계자에게 “왜 국방부는 부르지 않고 회의를 진행해 결정했느냐”고 따졌더니 “보안상의 이유”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통일대교를 통한 통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서 관계부처 협의로 당일(25일) 오전 이동로를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도 “전진교로 가도록 지시한 것이 누구냐”는 질문에 “관계부처 간 협의에 따라서 결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측은 “전진교를 이용하려면 군과 협의해야 했는데, 군 작전 지역에 북한 인사를 불러들이는 결정을 국방부가 반대할까 봐 일부러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일 오전 회의에 국방부가 불참한 것은 맞다”면서도 “통일부가 북한 대표단의 민통선 이북 통행을 관할부대인 육군 1사단으로부터 23일 승인받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송영무 장관도 북한 대표단이 출입 사무소를 통과하기 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국방부 패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측은 “통일부가 1사단에게 승인 받은 건 단순히 민통선 지역 출입에 대한 내용이었을 뿐 전진교 사용건은 아니었다”고 재반박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