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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든 사람들, 풀꽃 시로 위로해주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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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가운데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풀꽃)를 쓰신 분이잖아요. 작가를 뵙고 싶었는데, 오늘 소원 성취했네요.”

충남 공주시 반죽동 풀꽃문학관 #나태주 시인의 ‘풀꽃’ 주제로 꾸며 #공주시, 연 운영비 5000만원 지원 #연 1만명 찾는 관광명소 자리매김 #관광객·문인 대상 시 강의도 열어

지난 11일 오후 충남 공주시 반죽동 공주풀꽃문학관(풀꽃문학관). 수도권에서 온 관광객 1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문학관을 운영하는 나태주(73) 시인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관광객 이난희(여·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아 그 유명한 시를 쓰신 분을 만나서 행복하네요”하며 나 시인의 손을 잡았다.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대표 시인 ‘풀꽃’이 적힌 시화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2014년 10월 문을 연 이 문학관(191㎡)은 연간 1만여 명이 찾아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대표 시인 ‘풀꽃’이 적힌 시화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2014년 10월 문을 연 이 문학관(191㎡)은 연간 1만여 명이 찾아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나 시인은 관광객들에게 악보를 나눠주고 풍금을 연주했다. 관광객들은 풍금 연주에 맞춰 풀꽃 노래를 따라 불렀다. 악보에 나온 노래는 국민 애송시가 된 나 시인의 ‘풀꽃’에 곡을 입힌 것이다. 이 시는 초중등 교과서에도 실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단 세 줄짜리 시다. 나 시인은 노래 연습이 끝나자 관광객에게 사인도 해줬다. 그는 “풀꽃은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깊이 들여다보면 소중한 존재가 되고 그 참모습을 알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이 시가 나만이 아닌 ‘너(다른 사람)’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풀꽃문학관이 공주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14년 10월 문을 연 이후 연간 1만여명이 찾고 있다. 무령왕릉·공산성 등이 있는 백제 천년의 고도 공주 관광의 필수코스가 됐다. 풀꽃문학관이 인기를 끄는 것은 ‘풀꽃’이 2012년 ‘광화문 글판’에 소개된 이후 인기를 끌면서 나태주 시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이 시는 2015년 10월 교보생명이 블로그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이란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시민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로 꼽혔다.

풀꽃 문학관은 공주시가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목조주택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건물 면적 191㎡ 규모에 작은 방 4개와 거실·부엌 등이 있다. 나 시인이 그동안 펴낸 시집 등 서적과 그림, 소장품, 판매용 기념품(에코백·거울) 등이 전시돼 있다. 나 시인은 “풀꽃은 존재감이 별로 없는 식물이어서 사회적 약자에 비유되곤 한다”며 “지치고 힘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어 풀꽃을 주제로 시를 쓰게 됐다”고 했다.

나 시인은 이곳에서 관광객이나 문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거나 강의를 하기도 한다. 입장료는 없다. 연간 운영비 5000만원은 공주시가 부담한다. 그는 “시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시인은 오는 4월 8일까지 KTX 공주역 대합실에서 시화 작품 50점으로 특별전시회를 연다. 그는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63년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64년부터 2007년까지 공주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교장 포함)로 일했다. 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집과 산문집 48권을 냈다. 해마다 전국 중·고교와 지자체 등을 찾아 연간 200여회 강연을 한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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