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외환은행 인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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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자산 1위인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최종 인수할 경우 국내 금융업계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합병 시 자산 규모는 270조원으로 2위권인 신한-조흥은행(163조원)과 우리은행(140조원)을 합친 것과 맞먹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리딩뱅크'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기존의 소매금융에 기업금융과 외국환 업무를 보강하면서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격'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런 국민은행의 독주는 역으로 다른 은행을 크게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경우 이뤄졌을 '4강(국민.하나.신한.우리)-2약(SC제일.한국씨티)' 체제에서 '1강-3중-2약' 체제로 바뀌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은행들 사이에서 인수합병(M&A)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가 확정돼 1위 은행이 확 앞서가게 되면 나머지 은행은 규모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외형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2차 M&A 대전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먼저 당장 다음달부터 막을 올리는 LG카드 입찰에는 소매금융 강화를 원하는 신한.우리.씨티은행 외에 이번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탈락할 하나은행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매물로 나올 우리은행을 놓고 국민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씨티은행이 한판 승부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인수가 국내 은행에 의한 본격 해외진출의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초대형 은행의 탄생을 계기로 한정된 국내 시장을 두고 '우물 안' 경쟁에서 탈피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 국민은행 최인규 전략담당본부장은 "국민은행이 국내에선 크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름도 없는 무명 은행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중앙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면 글로벌 은행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 시 외환업무 점유율(57%) 등 독과점 논란이 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점유율 제한을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할 경우 기존 국민-외환은행에서 떨어져 나올 고객을 잡기 위한 나머지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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