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더 심해진 '규제공화국'…창업환경, 155국 중 97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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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나라의 기업 창업 환경이 세계 155개국 중 97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세부담도 아시아의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데다, 각종 정부 규제는 참여정부 들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개혁 연구' 보고서를 통해 ▶창업 규제 ▶수도권 산업활동에 대한 입지 규제 ▶노사관계 규제 ▶경쟁 정책 ▶환경 규제 등 기업의 창업이나 생산활동에 관련된 규제의 현황과 개선과제를 5개 분야로 나눠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 열악한 창업 환경=KDI는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해 세계 155개국을 대상으로 창업환경 순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9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주식회사(공장을 짓지 않는 비제조업 기준)를 창업하는 데 거쳐야 하는 절차는 2004년 기준으로 12단계, 소요기간은 22일, 비용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15.2%인 2195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OECD 평균인 6단계, 19일, 1인당 GNI의 6.5%보다 나쁜 수준이며, 창업절차의 경우 전체 조사대상 155개국의 평균인 9단계보다도 3단계나 많았다. 특히 공장 건설을 수반하는 제조업 창업의 경우 관련 규제가 328건이나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여전히 높은 세부담=KDI가 세계 52개국 주요 법인의 유효 한계 법인세율을 측정한 결과 한국은 29%로 세율이 낮은 순서대로 놓았을 때 26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한계 세율은 아시아의 경쟁국인 대만.홍콩(14%), 싱가포르(22%), 인도(23%), 필리핀(25%), 태국.말레이시아(26%) 등은 물론 남미의 칠레(15%), 페루.브라질(28%) 등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KDI는 "유효 한계 법인세율이란 법인의 이윤이 1단위 증가할 때 세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측정한 것"이라며"한국의 세율이 세계적으로 중간 수준이지만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줄지 않는 정부 규제=정부 규제는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2년 말 7715건에서 지난해 말 7926건으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3%가 증가했다. 이 같은 정부 규제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매년 평균 0.5%포인트씩 까먹은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현 정부 초기에 새로운 혁신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앞선 정권에 비해 규제개혁의 강도와 관심도가 낮아졌다"며 "규제총량제 등 수량 위주의 정책에만 치중해 아직 그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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