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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코끝이 시렵던 겨울’은 잊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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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겨울 내내 매서운 추위가 이어졌다. 올림픽이 열린 평창과 강릉도 예외가 아니었다. 야외 경기 관람객들이 “강추위에 코끝이 시렵다 못해 콧물도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한반도를 덮친 한파로 올겨울 “시렵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시렵다’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표준어는 ‘시리다’이다.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는 뜻이다. “코끝이 시렵다 못해”는 “코끝이 시리다 못해”로 고쳐야 바르다.

“두꺼운 양말을 신었는데도 발이 시려워 혼났다” “장갑을 껴도 손이 시려워요”도 틀린 표현이다. ㅂ불규칙용언인 ‘춥다’가 추워, ‘매섭다’가 매서워로 활용되는 것처럼 ‘시렵다’가 활용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발이 시려 혼났다” “손이 시려요”로 바루어야 한다.

‘시렵다’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이의 활용형도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시렵고, 시려워, 시려우니, 시려우면, 시렵더라’ 등과 같이 사용하면 안 된다. 기본형이 ‘시리다’이므로 ‘시리고, 시리어(시려), 시리니, 시리면, 시리더라’ 등처럼 활용해야 한다.

‘시렵다’ 형태를 많이 쓰는 것은 동요 ‘겨울바람’의 영향이 크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이란 노랫말이 입에 익은 탓이다. 이때의 ‘시려워’는 운율적 효과를 고려한 시적 허용이다. 일상에선 ‘시리다’를 사용해야 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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