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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최고 스타는 누구…'빙속여제' 이상화 '시청률여제' 등극

중앙일보

입력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활약한 이상화 선수는 도끼의 '온 마이 웨이'를 신청했다. SBS는 선수들로부터 미리 신청곡을 받아 경기 영상과 함께 내보낸 '영웅의 신청곡'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SBS]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활약한 이상화 선수는 도끼의 '온 마이 웨이'를 신청했다. SBS는 선수들로부터 미리 신청곡을 받아 경기 영상과 함께 내보낸 '영웅의 신청곡'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SBS]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중계방송 시청률로 보자면 단연 ‘빙속 여제’ 이상화다. 지난 18일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승의 방송 3사 시청률 합은 65.3%(닐슨코리아 기준)에 달했다. KBS2가 27.8%로 가장 앞섰고, SBS는 25.2%, MBC는 12.3%로 뒤를 이었다. 이상화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도 최고 시청률 41.6%(MBC 21.9%, KBS2 19.7%)를 기록해 ‘시청률 여제’다운 면모를 보였다.

지난 대회보다 1.5배에 달하는 시청률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이 개최지일뿐 아니라 분배ㆍ순차 중계의 세부 원칙이 깨졌기 때문이다. 2011년 방송 3사는 스포츠중계방송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공동 구매해 합동 방송하는 대회는 순차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소치 올림픽 때는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해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경기를 제외한 모든 종목을 순차 방송하는 데 합의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2개 방송사씩, 컬링 예선전은 1개 방송사가 중계하는 등 시청자들이 보다 다양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개최지로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송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칙이 무너지고 말았다.

19일 스키점프 연습 경기에서 점프하고 있는 김현기 선수. 스키점프 등은 방송 3사 중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팬들의 원성을 샀다. [뉴스1]

19일 스키점프 연습 경기에서 점프하고 있는 김현기 선수. 스키점프 등은 방송 3사 중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팬들의 원성을 샀다. [뉴스1]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왔다. 17일 열린 미ㆍ소 냉전 시대부터 라이벌이었던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와 미국의 아이스하키 대결이나 미국 스키 스타 린지 본이 출전한 알파인스키 슈퍼 대회전 등은 TV로 볼 수 없었다. 3사가 모두 쇼트트랙과 남자피겨 중계에 올인하면서 ‘국뽕 편성’이라는 원성을 샀다. 개최국임에도 한국만 과도하게 응원하는 성향을 버리지 못했단 것이다.

하지만 국뽕도 비인기 종목의 설움까지 달래진 못했다. 19일 스키점프 남자 예선에 참가한 김현기 선수는 “이번 올림픽 동안 점프 경기가 생중계된 적이 거의 없었다”며 “가족들이 TV로 지켜보지도 못해서 서운하다”고 밝혔다. 봅슬레이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만 쏠린 중계방송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다. KBS 관계자는 “KBS1은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 바이애슬론ㆍ스키점프 등 비인기 종목 중계에도 공을 들였다. 다만 스키나 보드 종목은 날씨 때문에 경기가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분배 중계 협의가 된 아이스하키마저 여자 컬링 경기와 맞물리자 케이블 채널인 SBS 스포츠로 중계를 옮기는 등 변칙 편성이 이어졌다.

배성재 캐스터와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남다른 호흡을 자랑하며 인기를 모았다. [사진 SBS]

배성재 캐스터와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남다른 호흡을 자랑하며 인기를 모았다. [사진 SBS]

방송사 간의 경쟁에서는 SBS가 승기를 잡았다. 쇼트트랙ㆍ스피드스케이팅ㆍ스켈레톤ㆍ피겨ㆍ컬링 등 관심이 높은 5개 종목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주관방송사로서 면모가 돋보였다. 경기별 VOD 합산 누적 조회 수가 5000만 뷰를 돌파하고, ‘영웅의 신청곡’ ‘미니 다큐’ 등 선수별로 짧은 콘텐트를 만드는 등 온ㆍ오프라인에서 고루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장기 파업으로 인해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KBS와 MBC에 비해 동계스포츠를 집중 준비해온 뚝심이 빛을 발한 것이다.

해설진은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SBS 배성재 캐스터와 제갈성렬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은 열정이 넘치는 중계로 ‘배갈콤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KBS 이재호 해설위원은 스톤 방향을 예측하는 ‘컬링노트’를 선보이며 ‘컬링 아재’가 됐고, 스켈레톤 중계 당시 “가가가가가가가갓”을 외친 강광배 MBC 해설위원은 ‘갓광배’로 거듭났다. 김성주 아나운서가 독식하다시피 했던 소치 올림픽과는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배우 겸 스노보드 선수인 박재민 KBS 해설위원이나 쇼트 트랙 선수 출신 SBS 조해리 위원의 활약도 주목을 받았다.

이재호 해설위원은 스톤 방향을 예측하는 '컬링노트'로 보다 쉬운 경기 이해를 도왔다. [사진 KBS]

이재호 해설위원은 스톤 방향을 예측하는 '컬링노트'로 보다 쉬운 경기 이해를 도왔다. [사진 KBS]

뭐니뭐니해도 이번 평창의 다크호스는 여자 컬링이었다.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따낸 선수들은 “영미야~” 등 온갖 유행어를 탄생시켰고 외신에서도 ‘팀 킴’ ‘갈릭 걸스’ 등 애칭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컬링에 대한 관심은 광고로도 이어졌다. 코바코 관계자는 “개막 전 각 방송사별로 100억 정도 광고를 판매했는데, 개막 이후 여자 컬링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추가 판매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중계권료 350억원을 분담한 지상파 3사의 광고수익 역시 지난 올림픽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동계 올림픽임에도 하계올림픽인 2016 리우(240억), 2008 베이징(304억)보다 많은 규모라는 얘기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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