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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김영철 방한 수용은 문 정부 거대 실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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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에게 실내화를 가리키며 신발을 바꿔 신을 것을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에게 실내화를 가리키며 신발을 바꿔 신을 것을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평창올림픽 폐막식 때 ‘천안함 폭침’ 주역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수용한 데 대해 보수 야권과 천안함 유족 등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일축하고 대규모 대북제재에 나서 북·미 관계가 급속 냉각되고 있다. 올림픽 이후 북·미 대화를 통한 한반도 긴장 완화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평창 폐막식 앞두고 미 강경 기류 #미 전문가들 북의 한·미 이간질 우려 #“북, 문 대통령 머리 조아리게 해 #많은 한국·미국인 분노하게 할 것” #펜스 “김여정은 악의 가족 패거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자정) 공화당 정치후원단체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이전보다 강력한 대북제재 패키지를 공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 제재안은 북한의 고립을 가속화하는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간 미 정부는 북한 선박의 공해상 불법 환적에 대해 여러 차례 거론했다. 불법 환적을 통한 석유 밀거래를 지적한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북한 및 타국 선박에 대한 공해상에서의 추적과 검색, 입항 거부 등을 통해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최근 라트비아은행 ABLV 제재 사례처럼 북한과 거래한 제3국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확대하고, 북한 해외 은행 지점 및 무역대표부를 전면 폐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2일 CPAC 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지구상 최악의 전제·폭압 정권의 중심 기둥이자 악의 가족 패거리”라며 “그들은 2500만 명 북한 주민을 짐승 취급하고 예속시켰으며 굶기고 투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로 미 대표단을 이끄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은 워싱턴 출발 전 중앙일보와 만나 “나는 올림픽에 한·미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가는 것”이라며 방한 기간 중 북한 대표단과 만날 가능성을 직접 부인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테러리스트의 방남을 허용할 거냐”는 질문에 “먼저 그가 (천안함) 기념관에 가서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직접 볼 기회를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김영철 방남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구멍을 만드는 것은 물론 한·미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했다.

국무부 대북제재 감시단원 출신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북한학) 교수는 “김영철의 방남 수용은 문재인 정부의 거대한 실책”이라며 “그에게 올림픽 폐막식 참가라는 영예를 허용한다면 그를 제재했던 목적은 뭐였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문 대통령이 머리를 조아리게(叩頭) 만들어 많은 한국인과 미국인을 분노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 상·하원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할 때 그 주된 이유로 김영철을 들었다. 미 의회는 김영철이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암살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하기도 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김영철 파견 결정은 한국이 남북 관계의 모멘텀을 선택하느냐, 유엔 제재를 유지하고 천안함 46용사의 죽음을 기릴 것이냐 사이의 선택을 강요하는 노골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 소장은 “한국이 올림픽 정신을 앞세워 방한을 허용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그를 전범으로 기소하거나 방한을 거부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정효식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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