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무용, 한국무대 첫선|15일까지 문예회관대극장서 「국제 현대무용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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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먼 나라」로만 느껴졌던 유고슬라비아의 자그레브컨템퍼러리 무용단이 참가했다는 점만으로도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한 제7회 국제현대무용제(15일까지 문예회관대극장)는 한국 예술계의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유럽의 공연예술세계를 가늠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우리 앞에 펼쳐진 자그레브무용단의 서울공연.
서방의 무용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 수많은 궁금증 가운데서도 특히 관심을 모았던 「사회주의적 정치이념을 무용으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명쾌히 풀렸다. 『정치와 예술은 별개』라며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최대로 누리고 있다는「자고르카·지브코빅」 단장의 말 그대로 『변형』 『왕의 발라드』 등의 무용공연은 사회주의적 색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전반적인 수준은 한국현대무용과 엇비슷하다는 것이 공연장 주변의 한결같은 평. 사실상 25년 전 유고 최초의 이 현대무용단이 창단된 시기는 이대에 무용학과가 생기면서 「마사·그레이엄」의 현대무용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과 거의 일치한다. 『특별히 파격적인 부분이 별로 없어 초현대적이라기보다는 1960년대의 미국 현대무용 같은 느낌』이라는 게 공연을 본 무용계의 반응이다. 또 타악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음악이라든가, 제의적인 동작 등은 현대무용 속에서 「자기것」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특히 「수잔나·슬리바」가 안무를 맡은 『왕의 발라드』는 신화적인 소재를 군무위주로 처리한 현대무용극 형태로 관심을 끌었다. 이 무용은 공연시간이 1시간 10분에 이르는 볼만한 대작으로 무용의 3대요소 중 하나인 힘(energy)이 매우 잘 나타난 작품. 김태원씨(무용평론가)는 특히 왕의 역할을 맡은 남자무용수 「데이비스·소린」의 춤이 일품이며 「반겔리스」의 음악 역시 이 무용의 흐름을 잘 살리고 있다고 평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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