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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들썩 흥이 차오른다…뽕DM 유행하면 '안되나용'

중앙일보

입력

김영철이 발표한 신곡 '안되나용'. 송은이가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았다.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김영철이 발표한 신곡 '안되나용'. 송은이가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았다.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뽕DM’ 열풍이 거세다. 구성진 트로트 가락에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이 더해져 흥을 돋우는 음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급기야 개그맨 김영철과 강호동이 JTBC ‘아는 형님’ 뮤직비디오 대전을 통해 발표한 ‘안되나용’과 ‘복을 발로 차버렸어’는 나란히 트로트 음원차트 1, 2위를 차지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자랑하는 트로트 차트에서 이들의 진입 및 정상 등극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13년 발표된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가 지난해 역주행 인기몰이를 하면서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확인한 아래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열풍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가수 홍진영(33)이다. ‘복을 발로 차버렸어’를 직접 작사·작곡한 것을 비롯, 두 노래 모두 홍진영으로부터 시작돼 세상에 탄생했기 때문이다. 홍진영이 ‘복을 발로 차버렸어’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아는 형님’ 추석 특집에서다. 홍진영은 “‘따르릉’을 발로 차 버린 허경환을 위해 ‘복을 발로 차버렸어’라는 의미로 곡을 만들게 됐다”며 “그 곡을 들려줬는데 ‘영철이 형보다 안 되면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 그래서 마음에 안 들면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제작 비화를 밝혔다. 그 곡이 강호동이라는 새 주인을 찾아 ‘아는 형님’ 설 특집을 통해 4개월 만에 공개된 셈이다.

'아는 형님' 뮤직비디오 대전을 통해 공개된 강호동의 '복을 발로 차버렸어'. [사진 JTBC]

'아는 형님' 뮤직비디오 대전을 통해 공개된 강호동의 '복을 발로 차버렸어'. [사진 JTBC]

김영철 역시 지난해 4월 허경환이 발로 찬 ‘따르릉’을 받아 히트시킨 전력이 있었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홍진영이 “내가 만든 일렉트롯곡이 있는데 허경환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연을 밝히자 MC 윤종신이 “그거 김영철 주자”며 덥석 문 덕분에 굴러 들어오는 복을 잡은 것이다. 윤종신·김영철 소속사 미스틱의 관계자는 “김영철씨가 ‘따르릉’ 이후 EDM이 접목된 트로트에 매료돼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을 통해 공찬수·노상엽 작곡가를 소개받아 ‘안되나용’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모티브가 된 ‘안되나요’를 부른 휘성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게 된 건 우연이자 행운”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아는 형님’을 통해 결성된 우주겁쟁이(민경훈ㆍ김희철) 역시 신곡 ‘후유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작진이 뮤직비디오 특집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개그맨 송은이(‘안되나용’)와 유세윤(‘복을 발로 차버렸어’), 슈퍼주니어의 신동(‘후유증’)을 섭외한 것 역시 주효했다. 각자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을 만큼 영상 콘텐트 제작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창작자들이기 때문이다.

유세윤이 감독으로 나선 강호동의 '복을 발로 차버렸어'. 복이 된 강호동이 마구 채이고 있다. [사진 JTBC]

유세윤이 감독으로 나선 강호동의 '복을 발로 차버렸어'. 복이 된 강호동이 마구 채이고 있다. [사진 JTBC]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빛났다. 유세윤은 ‘복덩이’ 강호동 얼굴이 사정없이 발로 차이는 키치한 영상으로 세련미를 뽐냈고, 송은이는 김영철을 뭘 해도 잘 안되는 히어로로 설정해 영화 ‘토르’ ‘킹스맨’ 등을 패러디하며 노련미를 자랑했다. 노래하고 싶은 개그맨과 창작하고 싶은 가수가 다시 기획하고 싶은 개그맨을 만나 상부상조하는 신선한 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덕분에 세 편의 뮤직비디오 모두 공개 3일 만에 조회 수 100만을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홍진영의 셀프 프로듀싱 능력도 돋보인다. 가요 관계자의 말을 빌자면 “밀려드는 행사 탓에 비수기인 2월밖에 신곡을 낼 수 없을 정도”라는 ‘행사의 여왕’이지만 스스로를 트로트라는 장르에 가두지 않고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달 발표한 싱글 ‘잘가라’는 스타 작사가 김이나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사랑의 배터리’ 등 홍진영에게 대표곡을 선사한 조영수 작곡가 곡에 아이유ㆍ브라운아이드걸스 등 젊은 층과 주로 작업하는 김이나의 가사를 붙임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꾀한 것이다.

지난 7일 열린 쇼케이스에서 신곡 '잘가라'를 선보이고 있는 홍진영. [중앙포토]

지난 7일 열린 쇼케이스에서 신곡 '잘가라'를 선보이고 있는 홍진영. [중앙포토]

이는 앞서 젊은 트로트 열풍을 이끈 장윤정(38)ㆍ박현빈(36)과 다른 행보기도 하다. 같은 80년대생이지만 이들이 ‘어머나’ ‘곤드레만드레’ 등 톡톡 튀는 가사와 춤으로 트로트의 장르적 특성을 충실히 따른 반면, 걸그룹 스완 출신인 홍진영은 KBS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통해 ‘언니쓰’로 댄스곡을 선보이는 등 장르적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홍진영은 지난 7일 열린 쇼케이스에서 “요즘 트로트가 젊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 굉장히 좋은 현상인 것 같다”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폭넓게 활동하며 젊은 친구들에게도 친숙한 장르가 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덕분에 트로트에 데뷔하게 된 김이나 작사가 역시 “다른 가요들은 다 같이 한 대륙에서 움직이는데 트로트만 섬처럼 떨어져 있는 미지의 세계 같았다”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해 보고 싶었던 장르인데 홍진영이 브릿지가 돼 줬다”며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대중 반응도 긍정적이다. 홍진영이 참여한 곡은 멜론 트로트 차트 기준으로 ‘잘가라’(3위)를 비롯해 현재 10위권 내 7곡이 올라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90년대 영턱스클럽의 ‘정’처럼 한국적 정서에 서구 트렌드를 접목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 2010년대 들어 힙합ㆍ알앤비 등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보다 미국 정통 음악에 가깝게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에 비해 저조했던 반대 급부의 움직임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시도”라고 분석했다. 박성서 음악평론가는 “개그맨들의 유머 코드가 더해져 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중독성이 강해졌다. 트로트도 다양한 변신을 통해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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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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