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 논란 속 노르웨이 선두 비결…年 250일 함께 지내는 팀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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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노르웨이 선수들이 혼성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것을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노르웨이 선수들이 혼성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것을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21일까지 금메달 13개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르웨이는 인구가 520만명이다. 노르웨이가 캐나다나 독일 등 훨씬 큰 나라를 제치고 좋은 성과를 내는 비결을 영국 가디언 등이 분석했다.

인구 520만명 국가가 선두…스키 신고 태어난다는 설국 #스키가 대표 주말 여가, "크로스컨트리는 자연 속 명상" #모든 팀원 금요일마다 타코 저녁…애인·배우자도 함께 #"기술 등 비밀 없고 모두 공유" 스타나 신인 구별 없어

 긴 겨울과 많은 눈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혔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연간 250일을 함께 생활하며 스타와 신인의 구별 없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팀워크가 원동력이었다.

2014년 노르웨이팀의 모습. [셰틸 얀스루드 페이스북]

2014년 노르웨이팀의 모습. [셰틸 얀스루드 페이스북]

 우선 노르웨이에선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북부지역 대부분에서 햇빛을 거의 볼 수 없다.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면서 많은 눈이 내린다. 노르웨이에는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속담이 있다.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 스키를 배울 정도다. 노르웨이의 대부분 유치원은 겨울철이 되면 아이들이 스키를 가져가 유치원 주변에서 탄다.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로 나서 아이들에게 스키를 가르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노르웨이에선 일요일에 대다수 상점이 문을 닫고, 작은 마을에선 토요일 오후에도 문을 여는 가게가 드물다"며 “주말에 할 수 있는 여가가 여름 하이킹과 겨울 스키"라고 소개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교외에 작은 별장을 가진 경우가 많고 이곳에서 스키를 타며 장기간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스키를 신고 벌판이나 언덕 등을 다니는 크로스컨트리도 지루하고 익히기 어려운 스포츠로 보일 수 있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연과의 조화를 느끼는 기회로 인식한다고 한다. 눈이 쌓인 나무로 둘러싸여 조용한 자연으로 스키를 신고 들어가는 것을 명상에 비유하기도 한다. 크로스컨트리 애호가가 많다 보니 올림픽 챔피언이 배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노르웨이의 높은 일 인당 국내총생산(GDP)도 한몫하고 있다. 카타르나 싱가포르 같은 작은 나라들과 함께 노르웨이는 지구 상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꼽힌다. 올림픽 경기에 대비할 수 있는 훌륭한 훈련 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다.

크로켓 게임을 함께 하는 노르웨이 스키팀 선수들 [셰틸 얀스루드 페이스북]

크로켓 게임을 함께 하는 노르웨이 스키팀 선수들 [셰틸 얀스루드 페이스북]

 하지만 더 주목받는 것은 아름다운 팀 문화다.
  노르웨이 알파인 스키팀에는 현재 세계랭킹 상위 네 명 중 세 명이 포함돼 있다. 유명 선수들은 본인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기를 원하거나 개인 소셜미디어로 대중과 교감하는 것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르웨이 스키팀은 성공을 위해 다른 접근을 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노르웨이 스키팀이 거의 모든 일을 함께한다고 전했다. 연중 250일가량을 함께 보낸다. 동료 간 관계가 워낙 돈독해 때때로 침대를 함께 쓰기도 한다.

함께 카약을 타고 있는 노르웨이 스키팀 선수들 [셰틸 얀스루드 페이스북]

함께 카약을 타고 있는 노르웨이 스키팀 선수들 [셰틸 얀스루드 페이스북]

 노르웨이 스키팀이 반드시 지키는 규칙은 금요일 타코 저녁 식사다. 모든 팀이 금요일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데, 타코 준비는 돌아가며 한다. 여자 친구나 아내도 함께 참석하기 때문에 모두 알고 지낸다. 이번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셰틸 얀스루드는 "우리 팀에선 개인적인 전략이나 기술 같은 비밀이 없다. 알고 있는 것을 모두 공유한다"고 전했다.

 유명 선수나 새로 팀에 합류한 선수나 구별이 없고 특별 대접을 받는 일도 없다. 스타와 신인이 따로 없는 이 같은 팀문화는 노르웨이 선수들에게 스포츠는 메달을 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즐기면서 하는 것이란 자세를 안겨줬다. 훈련이 즐거워지고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믿음과 여유는 뛰어난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남자 팀 스프린트 프리스타일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뒤 즐거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노르웨이 남자 팀 스프린트 프리스타일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뒤 즐거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동료 선수를 챙기지 않고 먼저 결승선에 들어와 논란의 한 복판에 선 한국 여자 팀추월팀의 사례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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