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 관련 美 '불평등 조항'개정 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과 미국은 3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 협의' 4차회의 첫날 회의를 개최했다.

양국은 이날 1990년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해 한.미가 체결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 내용 중 독소조항 개정 문제 등을 집중 협의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었다.

두 각서는 정부 관계자들조차 '불평등 협정'이라고 지칭하는 것으로, 합의각서에는 '한국 정부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이 적용되지 않는 모든 청구권에 대해 주한미군사가 손해보지 않도록 하거나 면책한다'는 내용 등이, 양해각서에는'한국 정부는 모든 주한미군사 요원과 고용인들의 이사비용을 제공한다'는 내용 등 한국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 사진 가운데)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차관보(왼쪽 사진 가운데)가 3일 국방부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 4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정부는 이들 각서가 공개될 경우 파문이 일 것을 우려해 지금까지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국회에도 보고하지 않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차 회의에서 이들 각서 내용을 개정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 측은 이들 독소 조항의 전면 개정을 요구했으나 미측은 부분적인 수정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측은 또 두 각서의 법률적 효력은 유지하되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모든 비용은 양국이 검토.평가해 결정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포괄협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국은 용산기지 잔류 부대 부지 면적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시설종합계획서(마스터 플랜)'를 외부 용역기관에 의뢰하면서 잔류 부대의 면적도 함께 결정토록 하자고 합의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 '40여만평에 잔류 부대 숙소 등을 건설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본지 보도(9월 3일자 1면)에 대해 황영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실무적으로 논의된 여러 안 중 하나"라고 말했으며 리처드 롤리스 미측 수석대표는 회의 모두 발언에서 본지 기사를 오보라고 주장했다.

JSA 경비 한국이양 연기

양국은 또 이르면 2004년 말까지 한국군에 넘기기로 합의한 공동경비구역(JSA) 경비 임무와 관련,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되 미 2사단의 1단계 재배치(동두천 지역으로 집중)에 맞춰 40명 수준으로 줄이고 2단계 이전 때 완전히 철수하자는 한국 측 제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희.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