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사회비용 부담을 고민하는 중국 정부가 색다른 실험에 나섰다.
이른바 아파트 엘리베이터 유료화다.
버스 타듯 카드로 찍어…1회 약 35원 과금 #2006년 이전 지은 아파트들 엘리베이터 없어
일단 정부가 엘리베이터를 무료로 놓아주는 대신 버스를 이용하듯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이용료를 내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필요하지만 수요가 너무 많아 그 비용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해법이다. 일종의 수익자 부담 방식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중국 당국의 고육지책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고령화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30년 무렵이면 60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뒤면 3억명 이상이 노인이 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유료화는 우선 중국 베이징 따싱(大兴)구의 한 아파트에서 시범 사업이 시작됐다. 해당 아파트에선 엘리베이터 1회 이용 시 0.2위안(약 35원)을 지불해야 한다.
대금 결제는 교통카드 방식을 차용했다. 엘리베이터 조작 패널에 카드를 갖다 대면 자동으로 과금되는 식이다.
3인 가구의 경우 한 달 이용료가 100위안(약 1만7000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시 당국은 따싱구 전역으로 유료 엘리베이터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2006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만 이런 아파트가 2264개 동에 이른다.
중국 네티즌들은 “노인의 안전 문제나 건강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실사용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온다. 돈이 있으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난하면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위화감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유료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의 한 거주민은 “0.2위안이 큰돈이 아니라 해도 난 지금처럼 걸어 다닐 것”이라고 베이징TV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이동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