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안 긁는 그녀들… 비씨·LG 사용액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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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여성들이 신용카드를 멀리하고 있다. 전체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2년 이후 계속 줄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의 카드 사용이 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여성의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일반적 인식과 다른 모습이다.

국내에서 회원이 가장 많은 비씨카드는 총 신용카드 사용액 중 여성 회원의 사용액 비중이 2002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카드 대란'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2년 여성의 카드 사용 비중은 46.9%에 달했으나 이후 계속 떨어져 지난해 44.5%를 기록했다. 올해는 2월 말 현재 지난해 말보다 0.4%포인트 떨어진 44.1%로 낮아졌다.

반면 전체 회원 중 여성의 비중은 2003년 말 46.6%에서 2004년 말 47.0%, 지난해 말 47.4%로 늘어났다. 신용카드 여성 회원이 늘고 있지만, 정작 여성의 사용금액은 줄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비씨카드의 회원은 2400만여 명이며, 이 중 1141만여 명이 여성 회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문카드업계 1위인 LG카드에서도 나타났다. LG카드는 1992년 국내 최초로 여성전용 카드를 출시하는 등 신용카드사 중 여성 마케팅을 가장 활발히 해온 회사다. 이 회사의 전체 카드사용액 중 여성 비중은 2002년 47.9%였으나 2003년 46%, 2004년 44.8%, 2005년 43.4%까지 떨어졌다. LG카드의 경우 전체 회원 중 여성 회원의 비중도 매년 떨어졌다.

비씨카드 조사연구팀의 이준화 부장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신용판매 부문이나 현금서비스 부문 모두 여성 회원의 감소폭이 남성보다 컸다"며 "경기가 어려워질 때 필요한 지출 외에는 지갑을 닫는 욕구가 여성이 남성보다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여신금융협회의 황명희 부장은 "카드대란 이후 카드사들이 전업주부 등 신용도 낮은 회원을 대거 정리한 데다, 무차별적인 마케팅을 대폭 줄인 것도 한 원인"이라며 "여성은 놀이공원 무료 입장, 무이자 할부 등의 각종 혜택에 남성보다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은 여성과 달리 단순 지급결제인 일시불을 선호하고 마케팅에 영향을 잘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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