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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매서운 추위가 그리워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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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날씨 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있다. ‘기상청 체육대회 때마다 비가 온다더라’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10년 전쯤 모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역대 기상청 체육대회 때 날씨’를 요구했다. 당시 기상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체육대회 때 비가 내린 경우가 절반은 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에 흩어진 직원이 참가하려면 한 달 전에는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해명했다. 사실 첨단 과학으로도 보름 앞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세한 관측 오차가 시간이 갈수록 엄청난 차이로 벌어지는 ‘나비 효과’ 탓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날짜도 오래전에 정해진 것이어서 막상 대회가 열리자 많은 이들이 날씨로 애태우고 있다. 다행히 9일 밤 개막행사는 기온이 높았고 바람도 잔잔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강풍이 불면서 알파인스키 등 일부 종목은 경기가 연기됐다. 초속 20~30m의 바람은 태풍(초속 17m 이상)과 맞먹는다.

에코사이언스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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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추위와 바람이 걱정이지만 다음 달 9~18일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 때는 높은 기온이 걱정이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대관령의 3월 중순 일(日) 최고기온 평균은 7.1도다. 평년값(1981~2010년 평균)인 4.8도에서 2.3도나 올랐다. 자칫 낮에는 눈이 녹아내릴 수도 있다. 대회조직위원회에서는 이에 대비해 인공 눈을 비축하고 있다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080년대에는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 21곳 중에서 8곳만 올림픽 개최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평창의 매서운 추위와 바람이 그리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며칠 뒤 날씨는 못 맞히면서 몇십 년 뒤 기후는 어떻게 예측할까. 전문가들은 기후 예측은 특정 시간, 특정 지역의 날씨가 아니라, 계절이나 한 해의 평균적인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온실가스 농도 변화나 바닷물 온도 변화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다. 오늘 아침 우산을 들고 나가야 할지 알려주는 게 날씨예보라면, 정원에 무슨 과일나무를 심으면 좋을지 예상하는 게 기후예측이다.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면서 날씨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인류가 동시에 지구의 기후까지 바꿔놓을 수도 있는 엄청난 존재라는 사실에 아이러니를 느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