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린이 정신신경증세 과보호·공부 성화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커갈수록 정신및 행동에 문제성이 심화되고, 특히 농촌과 도시 서민층 어린이에게서 이같은 현상이 높게 나타난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서울대의대 홍강의교수(소아정신과)가 서울및 지방의 1∼6학년 국민학교 학생 9천3백9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행동문제 조사결과 나타난것.
총1백15개의 설문을 학부모에게 제시, 응답케한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평균 27·3문항에서 문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20·8)이나 네덜란드(21·9),태국 (24·2)등의 어린이들에 비해 높은 정신신경적 현상을 보였다.
특히 다른나라 어린이들은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문제성이 줄어드는 반면, 우리어린이들은오히려 고학년으로갈수록 정신신경적 문제성이심화되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는데, 이에 대해홍교수는『유년기때 독립심 키우기·자제력함양등의 사회적응훈련이부족한데다 부모의 과보호등으로 원만한 조직생활이 되지않는데서 오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여기에▲공부하라는 성화▲하기싫은각종 예능실습의 강요등이 이러한 증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개의 각기 다른 환경에있는 국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이번 조사에서는 환경별로 상이한 결과가 나왔는데, 서울의 중산층 어린이(22·15)와 지방도시어린이(25·47)들이 일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나타낸 반면 서울의 서민층어린이(30·89)와 농촌어린이(30·64)등에서 정신·행동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 이들에 대한정서적인 배려가 아쉬운 것으로 지적됐다.
1백15개의 문항들은 외향성의 측면(행동성의 문제), 내향성의 측면(정서의 문제), 발달의측면(성장의 문제)등 크게 세가지로 구분되는데 도시 서민층 어린이의 경우▲돈훔치기▲싸움걸기▲파괴적 행동등 주로 행동성의 문제를 갖고 있는데 비해 중산층어린이들은▲불안▲우울▲걱정▲자살기도등 정서적인 문제가 많고 농촌아동들은 기타 어린이들에 비해 발달의문제가 많았다.
홍교수는 그러나『이 설문항목에서 60점이상이 돼야 심각한 정신신경증세이고 50점이상이면 일단 전문의를 찾아야할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어린이들이 아직은 그리 심각한 상태가 아니다』고 말했다.
홍교수는 또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서 보여지는행동양태중 혹시 심각한 정신신경증세가 아니냐는 의심을 갖기 쉬운 것들이 많은데그런 것들중 상당수는 모든어린이들에게서 빈번히 볼수있는 것으로 역시 크게 걱정할 일은 못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주위가 산만해 집중을 못하는 증상은 64·6%의 남자어린이에게서 보여지고 있고여자어린이는 58·8%나돼 부모들로서는 자기 자식에게만 해당되는 걱정이 아님을 알수 있다.
그외에▲과잉몸짓(남=59·8%, 여=43·8%) ▲말다툼(남=56·5%, 여=61·2%)▲관심끌려는 행동(남=52·4%, 여=54·8%) ▲말안듣기(남=51·5%, 여=47·9%)▲질투(남=48·4%, 여=55·8%)등의 행동성 문제와▲완벽주의(남=52·6%, 여=55·4%)▲불안·공포(남=43·8%, 여=더53·3%) ▲소심증(남=48·0%, 여=49·9%) 등의정서적문제▲어리광 (남=47·9%, 여=48·8%) ▲의존적행동(남=43·0%, 여=39·2%)등 발달의 문제들도 많은아동들에게서 볼수있는흔한현상이었다.

<윤재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